"설명 들었다"→"확인 못해줘"···김정은 친서 말바꾼 강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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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외교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9.16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답변하는 외교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9.16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관련 발언을 번복해 논란을 빚었다.

강 장관 발언 3시간 뒤 외교부 #"친서 자체 확인해줄 수 없다"

강 장관은 오전 11시 15분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3차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오늘 있었다. 이 내용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이날 김 위원장이 지난달 셋째 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 초청 내용을 담은 비공개 친서를 보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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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이에 대해 “그런 친서가 얼마 전에 있었다는 것은 저희가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히 설명을 들었다”고 답했다. 외통위 회의가 열리기 전 청와대 관계자가 관련 보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는데, 강 장관은 평양 초청 친서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오전 11시 35분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달 편지를 두 번 보냈느냐”고 묻자 이번엔 “그렇다. 저희가 한 건에 대해서는 미국으로부터 충분히 브리핑을 받았고, 오늘 신문에 보도된 것은 저희가 확인해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트위터로 공개한 김 위원장 친서에 대한 설명은 미국 측으로부터 들었지만, 비공개 친서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20분 만에 친서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으나 그 내용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는 더 나아가 비공개 친서의 존재 자체도 확인하길 거부했다. 외교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히 설명을 들었다”는 강 장관의 답변이 언론에 보도된 후인 오후 2시 50분쯤 “강 장관이 답변한 내용은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것”이라며 “언론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평양 초청 친서 관련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북·미 간 민감한 사항을 한국 외교부 장관이 확인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뒤늦게 수습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강 장관은 전에도 국회 발언으로 혼선을 야기한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와 관련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관계 부처가 검토 중”→“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등으로 말을 바꾼 게 일례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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