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화병'…불면증에 병원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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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중인 권노갑(權魯甲.73) 전 민주당 고문이 최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대 비자금 2백억원을 2000년 4.13 총선 자금 등으로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지난 8월 15일 구속된 이후 40일 넘게 서울구치소에서 생활 중이다.

權씨의 한 측근은 1일 "그가 지난 주말부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호소, 평소 다니는 동국대 인근 J병원에서 신경안정제(수면제)를 처방받아와 전달했다"고 밝혔다.

"잠 못 드는 이유는 화를 삭이지 못한 탓인 것 같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4.13 총선 직전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에게 총선 자금을 요청한 뒤 김영완씨를 통해 전달받았다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 결과가 "짜맞추기 수사이자 정치적 음모"라는 게 權씨의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 權씨는 "미국에 체류 중인 전 무기중개상 김영완씨를 조기 송환해 대질 신문해 달라"고 검찰에 거듭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씨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통해 받은 현대 비자금을 權씨에게 전달했다"는 자술서를 검찰에 제출했지만 이는 자신의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한 허위 진술이라는 것이다.

權씨는 상당 시간을 독서로 보내고 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수감 초기에 읽기 시작한 황석영의 '삼국지'를 독파하고 요즘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본 통일 과정을 그린 대하소설 '대망'을 손에 들었다고 한다.

또 고교 영어교사 출신답게 CNN 영문잡지를 반입해 읽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 8월 긴급체포될 때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의 영문 자서전을 읽던 중이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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