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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기록관 지시하지도 원치도 않아" 文 불같이 화냈다 …6시간 후 기록원 "전면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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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국민에게 명절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국민에게 명절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1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 기록관 건립 추진 보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 기록관 건립 추진 보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나는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관련 보도를 접한 뒤 “개별 기록관은 국가기록원의 필요에 의해 추진한 것으로, 국가 기록원이 판단할 사안이다. 그 배경은 이해하지만 왜 우리 정부에서 시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해당 뉴스를 보고서 당혹스럽다고 하면서 불같이 화를 내셨다.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고 전했다.

개별 기록관 건립은 백지화되는 것인가를 묻자, 고 대변인은 “국가기록원의 판단에 의해 추진된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국가기록원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마치 대통령이 지시를 해서, 혹은 대통령의 필요에 의해서 개별 기록관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고, 야당에서도 주장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원해서 건립하라고 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전날 퇴임한 대통령 관련 기록물을 보관하는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종시 통합대통령기록관의 경우 사용률이 83.7%로,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통합기록관을 확장하는 것보다 개별 기록관을 짓는 비용이 더 적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개별 기록관의 첫 사례가 되며, 2022년 5월 완공을 목표로 172억원을 들여 3000㎡ 규모로 조성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대통령기록관. 김방현 기자

대통령기록관. 김방현 기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국가기록관리혁신 태스크포스(TF)’가 대통령 기록관리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며 개별 대통령 기록관 설립을 권장했다고 한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념관 건립 때 예산지원이 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록관을 만들면 기념관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한다.

행안부는 그러나 이런 논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야당이 뒤늦게 알아내곤 “국민 혈세로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겠다는 뻔뻔한 시도까지 들켰다”(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고 비판했다. “정부의 안을 보면 비밀기록물은 개별 기록관에만 보관하게 돼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단 1원도 용납할 수 없다”라고까지 말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진노’ 사실이 공개된 지 6시간 만에 국가기록원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그 결과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켰다”며 “(문 대통령의) 그 뜻을 존중해 개별기록관 설치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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