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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겨울에도 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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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에서 2회 말 삼성의 공격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져 경기가 잠시 중단되자 관계자들이 홈플레이트 위에 방수포를 덮고 있다. [제주=뉴시스]

'겨울에도 야구 할라'. 지난해 프로야구 롯데의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염원하며 부산 야구팬들이 사직구장에 걸었던 현수막에는 '가을에도 야구 하자'라고 쓰여 있었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심정을 현수막으로 옮긴다면 '겨울에도 야구 할라'다. 요즘 쏟아지는 비를 보면 그렇다.

KBO에 따르면 올 시즌 비로 순연된 경기는 18일까지 총 60게임이다. 지난해 전반기에 취소된 35경기보다 25경기나 많고, 이미 지난해 총 순연 경기 수(65경기)에 근접하고 있다. 이 때문에 KBO는 매일 기상청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년처럼 8월과 9월에 발생하는 태풍과 함께 비가 쏟아지면 순연 경기가 90게임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우천리그 일정을 짜야 하는 정금조 KBO운영팀장은 "지금까지 연기된 경기만으로도 최소 20일 정도 정규리그 일정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즌 초에 결정된 일정으로는 정규리그가 9월 5일에 끝나도록 돼 있다. 현재까지 순연된 경기를 소화하려고 해도 9월 말까지 정규리그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순연 경기가 많지 않았던 지난해 수준만 된다고 해도 후반기에 30게임 정도가 더 추가되고 그러면 10월 초까지 정규리그를 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포스트시즌인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소요되는 날짜는 22일. KBO의 바람대로 10월 말까지 한국시리즈가 끝나기 위해서는 예비일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11월 9일에는 한.일.대만 3개국 챔피언이 실력을 겨루는 코나미컵이 시작된다.

그래서 KBO는 웬만큼 비가 내리면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도록 경기 운영위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비는 정규리그 순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잔여 경기에서는 4강 탈락이 확정된 팀들이 다음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신인급 선수를 대거 투입한다. 이런 팀과 많은 경기를 남겨놓은 팀은 막판 승수 쌓기가 쉽다. 반면 4강권 팀과 맞대결이 많이 남은 팀들은 상대적으로 숨가쁜 일정을 마쳐야 한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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