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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웬 이공계?'

중앙일보

입력

'기계공학.자원공학.산업공학, 전공별 각 ○명.'

제조업체의 신입사원 채용 공고처럼 보이지요? 실은 산업은행이 18일 발표한 신입행원 채용 공고의 일부입니다. '은행에서 웬 이공계?'라는 반문을 할만 합니다. 은행은 흔히 경제.경영학 전공자 또는 문과계열 출신의 텃밭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산은은 물론 시중은행에서도 이공계 출신 채용 붐이 일고 있습니다. 산은의 2007년도 신입행원 모집 요강을 보면 은행 일반직 외에 기술 및 전산분야를 뽑는다고 돼있습니다. 기술직은 기능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공계 전공자를 뜻합니다.

산은 인력개발부의 조대현 부장은 "이공계 출신자들은 중소기업 기술 컨설팅과 해외자원 개발사업 등 새로운 업무 영역을 개척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라며 "앞으로 이공계 분야에서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인력에게 관련 업무를 아웃소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형 개발금융을 주도해 온 산은은 그동안 매년 3 ̄5명씩 이공계 전공자들을 뽑아왔습니다. 현재 전체 2200명의 직원 중 약 5%가 이공계 전공자입니다. 이공계 출신 임원도 있습니다. 컨설팅본부의 김인철 이사(본부장)는 대학에서 요업공학(무기재료)을 전공했습니다.

시중은행들도 4 ̄5년 전부터 전공 제한을 없애고 이공계 전공자들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신입사원 채용에서 170명을 뽑으면서 12명을 이공계 출신으로 채웠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214명 중 17명을, 우리은행도 지난달 165명 중 22명을 이공계 전공자로 뽑았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업무가 과거와 달리 기업금융.복합금융으로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이때문에 기업의 기술가치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공계 출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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