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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부터 어르신 돌봄 인형까지…스타트업의 기술 겨루기 한판

중앙일보

입력

스튜디오크로스컬쳐가 개발한 어르신 돌봄 인형 '효돌이'. 서영지 기자

스튜디오크로스컬쳐가 개발한 어르신 돌봄 인형 '효돌이'. 서영지 기자

지난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스타트업 서울 2019’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뽐내고 있었다. 전시 부스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인형이었다. 기계가 주를 이루는 다른 부스와 달리 웬 인형인가 싶어 들여다봤다.

'스타트업 서울 2019' 200여개 스타트업 참여 #독거노인 돌보는 '효돌이' 만지니 "사랑해요" #사람은 못 보는 시설 안전 살피는 드론 솔루션 #회의 시간 정해놓고 시간 관리 해주는 타이머 #태아 모습 VR로 보여주는 세계 첫 기술

'효돌'은 어르신의 복약·식사·체조 알람 등 건강 생활 관리와 치매·우울증 예방의 정서, 안전관리 스마트 토이봇이었다.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왼쪽 귀를 누르니 퀴즈가 나온다. "벚꽃 피는 계절이 언제예요?"라고 하길래 속으로 '봄'이라고 생각하니 잠시 뒤 "저도 따뜻한 봄이 좋아요"라고 덧붙였다. 오른쪽 귀를 누르니 "눈 운동을 해보겠습니다. 왼쪽을 봐주세요. 오른쪽을 봐주세요"라며 체조를 하게 했다.

한 어르신이 효돌이가 알려주는 체조를 따라하고 있다. [부모사랑 효돌-시니어감동연구소 유튜브 캡처]

한 어르신이 효돌이가 알려주는 체조를 따라하고 있다. [부모사랑 효돌-시니어감동연구소 유튜브 캡처]

이날 혁신기술 피칭대회에서는효돌이에 대해 발표한 스튜디오크로스컬쳐가 1위를 차지했다.

김지희 스튜디오크로스컬쳐 대표는 취약계층 독거노인이 식사도 대중 없이 하고 약 먹는 것도 잊는 등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모습과 고립된 상황을 보면서 효돌이를 개발하게 됐다. CCTV처럼 어르신을 일방적으로 감시하는 모니터링 기기가 아닌, 교감하고 교류하면서 빈자리를 채워주는 가족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 대표는 "개발이 너무 힘들어 사업을 접을까도 생각했지만 2주 동안 효돌이를 돌본 어르신이 헤어지기 싫다고 우는 모습을 보고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효돌이는 앱을 통해 보호자가 어르신에게 음성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르신이 대답한 것을 보호자한테 보내주는 쌍방향 음성 전달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간단한 챗봇 기능을 넣어 어르신들과 직접 말이 통하게 만들 계획이다.

현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사회적약자로봇편익지원사업에 시범사업과 1차 사업자로 선정돼 상용화를 마쳤다. 전남 광양시와 서울 구로구 등에 1000대를 공급했다. 효돌이를 통해 어르신의 생활방식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이를 통해 도시-농촌 어르신, 70대-80대 어르신의 생활방식을 비교할 수 있어 맞춤형 서비스까지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복지 기술을 개발하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 대표는 "기술은 빨리 변하지만 이 사업의 본질은 어르신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돌봄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에서 개발하는 다양한 솔루션이 제공되고 실험하고 선택돼야 하는데 관에서는 이러이러한 스펙과 솔루션을 쓰라며 기술에 제한을 둔다. 기술을 이용할 사람들의 욕구가 제각각인데 관에서 요구하는 기술에만 맞추다 보면 혁신도, 발전도 어렵다. 복지 기술은 수요자의 요구에서 시작해야 한다. 민간 기업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론아이디가 드론을 이용한 인공지능(AI) 안전점검 솔루션 ‘BIRD’를 '스타트업 서울 2019'에서 선보였다. [사진 드론아이디 제공]

드론아이디가 드론을 이용한 인공지능(AI) 안전점검 솔루션 ‘BIRD’를 '스타트업 서울 2019'에서 선보였다. [사진 드론아이디 제공]

드론아이디는 인공지능(AI) 안전점검 솔루션인 BIRD에 대해 발표했다. 이 기술은 드론으로 타깃 시설물의 모든 곳을 정밀 촬영하고 취득한 이미지를 3D 데이터화한다. 동시에 드론으로 얻은 타깃 시설물의 모든 이미지를 어떤 이미지가 불량 또는 정상인지 판독한다. 이를 통해 어디에 어떤 불량이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3D 모델링을 통해 불량영역이 자동으로 보이고 점검한 내용을 기록하는 등 시설물 유지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드론아이디는 이 기술로 혁신기술 피칭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장문기드론아이디 대표는 "드론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보지 못하는 곳도 볼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10시간 일할 것을 3시간에 마칠 수 있기에 인건비도 줄어들어 비용과 시간을 모두 아낄 수 있다"며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정희승 미라이크 대표가 집중력 향상 타이머인 '마이니 타이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영지

정희승 미라이크 대표가 집중력 향상 타이머인 '마이니 타이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영지

미라이크는 '마이니 타이머'라는 집중력 향상 타이머를 선보였다. 시계처럼 생긴 타이머에 5분짜리 카드를 댔더니, 타이머가 색으로 가득 차며 5분이 설정됐다. 색 부분이 사라지면서 흰 부분이 다시 나오는데 전부 흰 부분으로 가득 차면 5분이 됐다는 뜻이다.

정희승 미라이크 대표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시간의 소중함을 알려줘 집중도를 높이는 타이머"라고 소개하며 "혼자 공부할 때는 물론 여럿이 회의할 때 시간을 정해놓고 타이머를 켜면 집중도를 높여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길재소프트가 선보인 VR피터스 기술. 태아의 얼굴 형태를 토대로 입체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료 길재소프트 제공]

길재소프트가 선보인 VR피터스 기술. 태아의 얼굴 형태를 토대로 입체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료 길재소프트 제공]

 길재소프트는 임산부가 병원에서 입체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 태아를 가상현실(VR)로 보는 VR피터스를 내세웠다. 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3D 태아 아바타 기술로, 태아의 얼굴과 성장 특징을 반영해 아바타를 생성해 보여준다.

이상림 길재소프트 대표는 "엄마 아빠가 뱃속 태아를 좀 더 입체감 있게 볼 수 있어 유대감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세계에서 처음이다 보니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아 제품과 서비스가 매출로 이어지기 어렵다. 더군다나 헬스케어 분야는 레퍼런스를 쌓기가 어려워 난관이 많다. 이번 '스타트업 서울' 박람회를 통해 의료원과 산모 앱 등에 서비스할 기회를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스타트업 서울 2019'에는 미국, 중국, 인도 등 20개국 300여명의 창업 생태계 전문가와 200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호황을 이뤘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회사를 통해 "융합형 인재 1만명을 양성해 혁신과 창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와 함께 11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개원해 이곳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인재 2000명을 배출하겠다. 서울의 창업 지원 시설에서 인재 8000명도 추가로 양성하고 실업문제 해결책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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