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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김성재편 국민청원20만명 넘었는데…‘법적’으로 방송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듀스 전 멤버 고 김성재씨. [중앙포토]

듀스 전 멤버 고 김성재씨. [중앙포토]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고 김성재편'을 방송하게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기며 종료됐다. 고 김성재씨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연예인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며 여론의 관심사로 떠오른 결과, 청원 종료 기한인 4일까지 총 21만3858명이 '방송을 허가해달라'는 게시글에 동의했다.

하지만 '고 김성재 편'은 법원에 의해 방송금지 가처분을 받은 상태다. 김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으나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던 그의 여자친구 김모씨가 서울남부지법에 "개인의 명예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이 여자친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가처분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남부지법 측은 "SBS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방송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방송으로 김씨(여자친구)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런 법원의 판단이 나온 상황에서 '고 김성재 편'은 국민청원의 요청대로 방송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SBS에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본안 소송 빨리 내 달란 요청이 최선"

첫 번째는 '본안 소송'을 빨리 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방법이다. 방송금지가 '가처분' 신청이었던 만큼 "약식 소송이 아니라 제대로 된 소송을 빨리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SBS가 이 같은 요구를 법원에 전달하면, 상대편인 김씨는 본인이 원치 않아도 명예훼손 소송을 SBS를 상대로 제기해야만 한다. 가처분이 아니라 본안 소송이 접수되면 해당 방송을 통한 공익성 실현 문제 등을 좀 더 충분히 따져볼 수 있다. 대한변협 대변인 허윤 변호사는 "SBS 입장에서 가장 다퉈볼 만한 방법"이라며 "단 재판이 끝나려면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선책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것이다. 가처분 결정이 잘못됐으니 다시 가려달라는 취지다. 이 경우 본안 소송보다는 좀 더 빠르게 심리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가처분신청에서 이미 한 번 패소한 만큼 SBS 측이 다시 승소할 확률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방송 강행 할 순 있지만… 

아예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그냥 방송을 할 수도 있다. 상대방인 김씨 측은 '간접강제' 조항까지 달아 가처분을 신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강제란 일종의 '처벌 조항'이다. '방송을 강행하면 손해배상액을 OO억원 청구하겠다'는 식의 단서를 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측이 방송을 해도 이를 사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 경우 여자친구 측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경우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민·형사상 소송에서 제대로 소명하지 못할 경우 매우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 변호사는 "가처분 판단이 여자친구인 김씨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나왔는데, 그럼에도 방송이 강행되면 그의 명예를 '고의적으로' 훼손하려는 의도가 명백해진다"며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스모킹건' 없이 '의혹' 반복 보도는 문제"  

방송을 재개하려는 움직임과 별개로 일각에서는 이미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마녀사냥'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이미 죄가 없음으로 판결이 난 사안을 두고 그것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여론이 '죄인'을 만들어내는 게 옳은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알고싶다' 측이 방송을 하려면 확실히 이전과 다른 '스모킹건'을 발견했든가, 아니면 재판과 수사 절차상에서 벌어진 엄청난 허점을 찾아냈던가 해야 할텐데 과거와 마찬가지로 '의혹'만을 담아 방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힙합 듀오 듀스의 멤버이자 솔로 가수로도 활동한 김씨는 1995년 11월 20일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몸에서 주삿바늘 자국이 많이 발견됐고, 사인은 동물마취제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죽음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던 여자친구 김씨는 1심에서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심과 3심에서 무죄판결이 났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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