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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자카르타…조코위의 40조원 수도 이전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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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5월 21일 조코 위도도(가운데)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뒤 자카르타 빈민가를 방문해 승리 연설을 마친 뒤 주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21일 조코 위도도(가운데)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뒤 자카르타 빈민가를 방문해 승리 연설을 마친 뒤 주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코 위도도(58·사진·일명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반세기 숙원사업인 수도 이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판 세종시’ 정책 발표 #지하수 고갈로 매년 8㎝ 침하 #인구과밀, 시속 10㎞ 교통체증 #‘불의 고리’ 지진·홍수 시달려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 이전” #역대 대통령 이전 추진했지만 #비용 등 반대에 밀려 번번이 실패

인도네시아가 현재 수도인 자바섬 자카르타를 보르네오 섬 동(東)칼리만탄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오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수도 이전지는 동(東)칼리만탄주(州)에 있는 북(北)프나잠파세르군과 쿠타이 카르타느가라군 등 2개 군(郡)의 일부 지역"이라고 밝혔다. 재선에 성공한 조코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내 수도 이전을 안정적으로 착수할 경우, 그의 대표적 업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정책은 그동안 숱하게 추진과 무산의 과정을 반복, 더 큰 정치·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던 전례가 있다. 때문에 이번 수도 이전 추진이 조코위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에서 대통령까지

조코위 대통령은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가구사업을 통해 자수성가한 그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수라카르타의 시장을 지냈고, 2012년에는 자카르타의 주지사로 당선돼 2014년까지 재직했다. 주지사 시절에는 친(親)서민적이고 청렴한 이미지로 '조코위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민적 사랑을 받았고, 2014년에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로 직선제를 통해 당선된 첫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 됐다. 한창 선거가 진행되던 시기에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닮은 외모 덕분에 '인니의 오바마'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난 7월 26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번째 임기 주요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 26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번째 임기 주요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업가 출신의 정치 신인을 단숨에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정치적 기반이 자카르타에 있는데, 그런 조코위 대통령이 자카르타를 버리고 동떨어진 섬 보르네오 칼리만탄에 새로운 수도를 세우겠다고 하니 내부적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조코위 대통령은 미국의 워싱턴DC와 뉴욕을 롤모델로 자카르타는 뉴욕처럼 경제 중심지로 남기고, 행정기능만 새 수도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식민통치의 상징, 재난에도 취약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은 조코위 대통령뿐 아니라, 1950년대부터 이어진 정치권의 숙원 사업이었다. 현재의 수도 자카르타는 본래 작은 항구도시였지만 1619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기지로 사용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뒤 점령군으로 들어온 일본에 의해 1942년 자카르타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국부로 추앙받는 아크멧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부터 많은 지도자들이 식민통치의 상징인 자카르타에서 다른 곳으로 수차례 수도 이전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과 현실성 및 실효성 문제가 대두됐고, 자카르타에 정치적·경제적 기반을 두고 있는 기득권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2018년 12월 11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왕복12차선 도로가 퇴근하는 차량으로 뒤엉켜 정체된 모습. [AP=연합뉴스]

2018년 12월 11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왕복12차선 도로가 퇴근하는 차량으로 뒤엉켜 정체된 모습. [AP=연합뉴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옮겨야 하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첫째는 자카르타의 고질적인 인구과밀 현상이다.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은 전체 인도네시아 면적의 7%에 지나지 않지만, 거주 인구는 전 국민(2억6400만명)의 절반이 넘는 1억4100만명에 달한다.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인구만 1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인구 과밀은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문제로 이어진다. 자카르타 시내는 차량 평균 속도가 10km 정도일 정도로 체증이 심하다. 또 과도한 지하수 개발과 고층 건물 건설 등의 영향으로 매년 지반이 평균 7.5㎝씩 내려앉고 있다. 위치적으로도 환태평양 조산대(불의 고리)에 포함돼 있어 지진 및 홍수 등 재난에도 취약하다.

'불의 고리' 내 1973~2013년 발생한 지진의 진원지를 보여주는 미지질조사국(USGS)의 자료. [중앙포토]

'불의 고리' 내 1973~2013년 발생한 지진의 진원지를 보여주는 미지질조사국(USGS)의 자료. [중앙포토]

10년 이상 공사에 40조 투입…진통 예상

조코위 대통령은 수도 이전의 성공사례로 브라질(1960년) 카자흐스탄(1997년) 말레이시아(1999년)와 함께 한국(2012년)의 세종시를 꼽았다. 그러나 한국도 세종시 이전에 많은 진통을 겪었던 만큼,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도 이전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수도 이전 비용으로 466조 루피아(약 40조원)를 추산했으며, 이 중 19%를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민관협력과 민간투자로 조달할 계획을 밝혔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인도네시아에서 '조코위 신드롬'을 일으켰던 첫 민간 출신 대통령에 대해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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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 다음 중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별명으로 옳은 것은?

정답 : 3번 인니의 오바마(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 사람'과의 닮은 외모로 세계적 화제가 됐다. )

Q2 : 조코위 대통령의 정계 진출 전 직업은?

정답 : 4번 수라카르타의 가구판매상( 조코위는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이 사업'을 통해 자수성가를 했다. )

문제 중 문제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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