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화합·단결… 1등 아파트로 재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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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그 정점에 있는 조합장은 '칼날위에서 춤을 추는 무당'으로 자주 비교된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는 사례가 자주 언론에 소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재건축 사업을 성공리에 마친 역삼 래미안아파트의 최병윤(55) 재건축조합장에게는 이같은 수식어들이 기우에 불과하다.

12년간 재건축 사업의 최선봉에서 추진하면서 단 한번의 송사(訟事)에 휘말리지 않은 무분쟁을 이끌어낸 모범적인 재건축 조합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1일 집무실에서 1시간30여분간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났다.

잡음과 마찰없이 재건축 사업을 이끈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이웃들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해주고 보다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있도록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맡은바 할일을 했을뿐이다"며 "아파트 재건축 성공의 1등 공신은 바로 화합과 단결로 똘똘 뭉친 조합원들의 높은 주민의식이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자신의 평소 소신과 조합장이 갖춰야 할 덕목 등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소신이 남다르다는데.

아파트 재건축은 노후한 우리집을 우리 돈으로 다시 짓는 것이다.그런데 대다수가 재건축을 애초부터 부(富)의 축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같아 안타깝다. 이는 반드시 재고되야 한다.욕심을 부리면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가 어렵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소지도 높다.

실제 우리 아파트는 개인지분이 10.23평밖에 안되고 저밀도 지역이어서 1:1 재건축을 하면서 모든 비용을 조합원들이 부담해 준공했다. 24평형의 경우 7000여만원,33평형은 2억4000여만원씩 투자했지만 자연적인 아파트값 상승으로 재산 증식이 됐다.모든 것은 순리에 따라야 한다.

- 무분쟁으로 사업을 마무리한 비결은.

첫째는 상식이 통하는 일을 하고 둘째는 모든 절차와 과정을 조합원에게 공개하며 셋째는 다수에 의한 민주적인 절차를 이행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사업 추진 과정을 합법적으로 하면 분쟁이 생길일이 없지 않겠는가. 이같은 4대 원칙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조합원들을 설득해 협력을 이끌어 낼 수있었다.
난마와 같은 재건축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합장의 자질도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재건축 조합과 관련된 법규 등 각종 지식은 물론 정보와 상식 등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쌓아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주민들을 설득시킬 수있는 자질과 능력,기획력과 추진력도 함께 갖춰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있는 따뜻한 마음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정부가 최근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노후된 아파트에 살아본 장본인으로서 개포.은마아파트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정부는 아파트 재건축을 무조건 투기의 수단으로 몰지 말고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차원에서 각종 규제 정책을 재검토해 그들의 숙원사업인 재건축이 하루빨리 성사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입주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12년이란 긴 세월동안 일심단결해 낙후됐던 영동아파트 1단지를 살기좋은 1등 아파트로 거듭나게 한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고 있다.앞으로도 우리 아파트의 좋은 환경이 보존될 수있도록 개개인이 공동체 의식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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