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연구에 참여 안 하는 걸 직접 보셨어요?”
“내가 연구에 참여 안 하는 걸 봤나”
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8호. 피고인석에 앉은 A씨(24)가 증인으로 나온 B씨에게 질문했다. A씨는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이모(60)씨의 친딸이다. B씨는 이 교수의 지도를 받은 대학원생이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대학원생 제자들이 작성한 논문을 딸 A씨의 실적으로 꾸며 A씨를 지난해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시킨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강두봉 판사 심리로 이날 업무방해죄 혐의로 기소된 이 교수와 A씨의 재판이 열렸다. 이씨와 A씨는 지난 재판에서 “보고서와 논문 작성 등에 있어 대학원생 일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이와 같은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논문, 보고서가 허위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 “교수 엄마 도움으로 논문 작성해 치전원 합격”
이 교수는 2016년 대학생이던 딸 A씨의 연구과제를 위해 자신의 연구실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동물실험을 지시하고 이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가 과정에 참여한 건 2~3차례. 그러나 수상자는 A씨였다. A씨는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연구 과제 보고서와 포스터로 그해 11월 대한면역학회에서 우수 포스터상을, 같은 해 12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우수 연구과제상을 수상했다.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된 논문은 A씨를 단독 저자로 기재해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지수)급 저널에 실렸다. 이런 실적을 토대로 A씨는 2018년 서울대 치전원에 합격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성균관대 교수 갑질 및 자녀 입학 비리 관련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교수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6월, 성균관대는 이 교수를 파면했다.
“나눠서 논문 작성” vs. “일부 도움만 받았을 뿐”
이날 법정에서는 이 교수 밑에서 연구를 하며 딸 A씨의 논문 작성에 참여했던 대학원생들 2명이 증언했다. 이 교수와 증인들 사이에는 차폐막이 설치됐다.
논문을 대필한 대학원생 중 한명인 B씨는 나누어 논문을 작성한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어 “A씨가 실험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적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없던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딸 A씨가 B씨에게 “항상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며 보낸 메일도 공개됐다.
이 교수 측은 논란이 됐던 연구 과제 보고서나 논문의 틀 등은 A씨의 생각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대학원생들의 도움은 기술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A씨는 변호사들의 질문이 끝나자 “내가 연구를 참여하는지 안 하는지 볼 수 있었냐”며 B씨에게 직접 질문을 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치전원 입학 취소...고려대는 검토중
서울대는 지난달 27일 딸 A씨에 대해 입학 취소 결정을 내렸다. A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치전원에 입학한 사실이 있다고 봤다.
한편 A씨는 2013년에도 이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지시해 만든 발표자료로 학술대회에 참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씨가 이 경력을 2014년도 고려대 과학인재특별전형 입시자료로 활용해 최종 합격했다고 보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지난달 28일 “법원 최종 판단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