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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속의 구인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제성장의 둔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겪을 것으로 예상돼 온 일이기는 하지만 실업문제가 또 하나의 어둡고 무거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월 평균 실업자수는 49만4천여 명으로 지난해의 43만5천여 명에 비해 약 6만 명이 늘었고 이 때문에 작년 올림픽을 앞두고 한때 2·1%까지 떨어졌던 실업률이 올 상반기에는2·8%로 높아졌다고 한다.
물론 2·8%정도의 실업률이 과연 심각하게 보아야 할 정도의 높은 수준이냐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고 우리도 그같은 시각에서 문제를 보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근년까지 3∼4%대의실업률을 큰 문제의식 없이 수용해 왔다. 더욱이 실업률이 7∼8%대에 이르는 구미 각국에 비교한다면 2·8%의 실업률은 남이 부러워할 정도의 낮은 수준이라 해도 큰 망발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실업문제를 심상치 않은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실업률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고 앞으로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리라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려를 느끼는 또 한가지현상은 늘어나는 실업자의 상당부분이 제조업 생산직에서 이탈, 서비스업종으로 전직하려는 근로자들에 의해 야기되는 이른바 마찰실업이라는 점이다. 최근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부산·대구·인천 등 주요공단의 섬유·신발·봉제·기계업종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체 근로자의 평균 이직 율이 2· 1%에 달하고 있으며 제조업을 떠난 이들 생산직 근로자들이 선호하는 업종은 일이 쉽고 보수가 좋은 서비스업종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공단 제조업체들은 전체실업률의 증가추세에도 불구하고 단순·기능직을 막론하고 심각한 구인난에 봉착,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기대해야 할 반도체·전자·통신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고급기술인력의 부족현상을 겪는 반면 인문계, 특히 지방대 출신 고학력 인력의 만성적인 실업상태라는 수급불균형을 겪고 있고 고급기술인력부족으로 산업발전에 적지 않은 제약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제조업 이탈현상마저 가속화된다면 자칫 산업의 공동화현상을 초래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우리는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증권 등 서비스산업에 치중한 미국경제의 퇴조와는 대조적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제조업을 놓지 않은 일본의 번영을 눈여겨봐야 한다.
앞으로의 실업사태를 불안하게 보는 것은 투자확대를 통해 사회에 진출하는 신규인력을 흡수해야 할 기업이 원화 절상·임금상승·높은 금융비용 부담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고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혼란과 정부의 무원칙하고 기업의 목을 죄는 규제조치 등으로 사업 의욕마저 상실, 투자 심리가극도로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이제까지 미루어 온 세제·금융상의 각종 개혁조치를 한꺼번에 내놓아 기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그같은 조치의 타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시기를 잘못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실업증가현상은 그 자체로도 큰 위협이지만 그 배경에 감추어진 고용구조의 변화와 그것이 가져올 결과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사전 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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