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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패' 류현진, 정말 '체력'이 문제일까

중앙일보

입력

류현진(32·LA 다저스)이 갑작스러운 슬럼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피칭 안정성과 일관성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그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LA 다저스 류현진이 30일 애리조나전에서도 힘겨운 피칭을 했다. 현지 언론은 류현진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LA 다저스 류현진이 30일 애리조나전에서도 힘겨운 피칭을 했다. 현지 언론은 류현진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류현진은 30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에서 4와 3분의 2이닝 동안 10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7실점(7자책)으로 시즌 5패(12승)째를 당했다. 2.00이었던 평균 자책점은 2.35로 치솟았다. 여전히 평균자책점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2.44)와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

류현진은 3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이어갔다. 그러나 3-0으로 앞선 4회 말 선두타자 팀 로카스트로에게 몸맞는공을 내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에두아르도 에스코바가 때린 타구는 빗맞았으나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가 됐다.

류현진은 크리스티안 워커를 삼진으로 잡아내지만 윌머 플로레스와의 초구 승부에서 2타점 중월 2루타를 맞았다. 이어 2사 후 닉 아메드와 대타 일데마로 바르가스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4실점했다. 류현진은 타선의 도움으로 4-4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 5회 말 등판했지만 3점을 추가로 내주고 교체됐다.

이를 두고 LA 타임스는 '류현진이 또 다시 큰 문제를 만났다. 갑자기 다른 류현진을 보는 것 같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류현진은 3경기 연속 부진했다'고 우려했다.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24일 뉴욕 양키스전과 이날 애리조나전까지 그의 3경기 평균자책점은 11.05에 이른다.

애리조나 타선에게 맞은 안타 중 3~4개는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형성한 공이었다. 나머지는 제구가 나빴다고 할 수 없지만 안타가 됐다. 이전 2경기에서 난타를 당한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류현진은 4회부터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류현진은 6~7회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던졌다. 힘이 충분했고, 그걸 잘 안배해 마지막까지 충분히 썼다.

그러나 8월 들어서 스피드가 조금 떨어지고 있다. 이날도 초반에는 구속이 괜찮았지만, 4회 이후에는 시속 145㎞가 넘는 공이 없었다. 패스트볼뿐 아니라 커브 등 변화구의 회전력도 떨어졌다. 경기별 최고 스피드는 큰 차이가 없지만 투구수 50개 이후 체감하는 류현진의 파워는 조금 떨어진 느낌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체력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류현진이 던지는 걸 보면 가장 좋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뉴욕타임스와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 등 현지 언론은 류현진의 최근 부진 이유를 체력 때문으로 추측했다.

5회 말 2사에서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에 오르자 류현진이 공을 돌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5회 말 2사에서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에 오르자 류현진이 공을 돌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감독이 소속팀 선수를 격려해야 하는 입장임을 감안하면, 현지 언론의 원인 분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올 시즌 류현진은 이미 157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이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2013년(192이닝) 이후 최다 이닝이다. 그리고 올해는 류현진이 2015년 왼 어깨 수술을 받고 복귀한 뒤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제구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애리조나전을 마치고 류현진은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8월이 참 힘들었다. 내 역할은 5일에 한 번 등판해 던지는 것이다. 다음 경기는 잘 치르겠다"고 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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