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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자카르타 탈출하자"···조코위 승부수 '인니판 세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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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가운데)이 4월 17일 열린 대선에서 승리해 연임에 성공한 뒤 자카르타 빈민가를 방문해 승리 연설을 하고 주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가운데)이 4월 17일 열린 대선에서 승리해 연임에 성공한 뒤 자카르타 빈민가를 방문해 승리 연설을 하고 주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코 위도도(사진·일명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반세기 숙원사업인 수도 이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가 현재 수도인 자바섬 자카르타를 보르네오 섬 동(東)칼리만탄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수도 이전지는 동(東)칼리만탄주(州)에 있는 북(北)프나잠파세르군과 쿠타이 카르타느가라군 등 2개 군(郡)의 일부 지역"이라고 밝혔다. 재선에 성공한 조코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내 수도 이전을 안정적으로 착수할 경우, 그의 대표적 업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숱하게 '추진-무산'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더 큰 정치·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수도 이전 추진이 조코위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네덜란드 식민통치의 상징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은 조코위 대통령뿐 아니라,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50년대부터 이어진 정치권의 숙원 사업이었다. 수카르노 대통령이 낙점했던 새 수도 후보지는 칼리만탄의 팔랑카라야(중부)였다.

현재의 수도 자카르타는 본래 작은 항구도시였지만 1619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기지로 사용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자카르타는 일본이 점령했고, 1942년 일본 군정에 의해 자카르타로 이름이 바뀌었다. 많은 이들이 자카르타를 식민통치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유다.

인도네시아의 기존 수도인 자바섬 자카르타와 신규 수도후보지인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 [구글맵 캡처]

인도네시아의 기존 수도인 자바섬 자카르타와 신규 수도후보지인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 [구글맵 캡처]

이에 따라 수카르노 대통령 이후에도 인도네시아 지도자들은 수차례 수도 이전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었다.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과 현실성 및 실효성 문제가 대두됐고, 자카르타에 정치적·경제적 기반을 두고 있는 기득권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과밀·교통난·공해·재난까지…가라앉는 자카르타

그럼에도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옮겨야 하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첫째는 자카르타의 고질적인 인구과밀 현상이다.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은 전체 인도네시아 면적의 7%에 지나지 않지만, 거주 인구는 전 국민(2억6400만명)의 절반이 넘는 1억4100만명에 달한다.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인구만 1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인구 과밀은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문제로 이어진다. 자카르타 시내는 차량 평균 속도가 10km 정도일 정도로 체증이 심해 정부 장관들이 회의에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경찰 호송대의 호위를 받아야 할 정도라고 BBC는 전했다. 또 과도한 지하수 개발과 고층 건물 건설 등의 영향으로 매년 지반이 평균 7.5㎝씩 내려앉고 있어 도시 면적의 절반이 해수면보다 낮아져 있다. 위치적으로도 환태평양 조산대(불의 고리)에 포함돼 있어 지진 및 홍수 등 재난에도 취약하다.

2018년 12월 11일 저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도로가 퇴근하려는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AP=연합뉴스]

2018년 12월 11일 저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도로가 퇴근하려는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자카르타 주지사 출신인 조코위 대통령조차 두 번째 임기의 첫 공약으로 수도 이전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주지사 시절 '조코위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정치적 기반도 자카르타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조코위 대통령은 미국의 워싱턴DC와 뉴욕을 롤모델로 자카르타는 뉴욕처럼 경제 중심지로 남기고, 행정기능만 새 수도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10년 이상 공사에 40조 투입…진통 예상

조코위 대통령이 발표한 수도 이전지는 칼리만탄주의 중심 도시 발리파판을 반원으로 둥그렇게 둘러싼 외곽 지역이다. 불의 고리에 포함되지 않아 재해로부터 안전하며, 위치적으로도 인도네시아의 중앙에 있다. 정부가 국책연구소를 통해 3년 동안 검토한 끝에 선정한 최적지라는 설명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수도 이전의 성공사례로 브라질(1960년) 카자흐스탄(1997년) 말레이시아(1999년)와 함께 한국(2012년)의 세종시를 꼽았다. 그러나 한국도 세종시 이전에 많은 진통을 겪었던 만큼,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도 이전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수도 이전 비용으로 466조루피아(약 40조원)를 추산했으며, 이 중 19%를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민관협력과 민간투자로 조달할 계획을 밝혔다.

인도네시아 하원이 수도 이전을 지지할지도 문제다. 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자카르타를 특별수도지역으로 규정한 법을 개정해야 하고, 수도 이전을 위한 예산 편성도 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조코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 연합 내에서도 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는 각 정당의 입장이 서로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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