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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기단에 속아 미군에 2억원 보낸 日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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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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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온라인을 통해 만난 상대에게 연애 등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사기단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부분 나이지리아인으로 구성된 이 사기단 소속 80여명은 미국과 나이지리아 등 각국에 거주하며 사기행각을 공모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연방 검찰은 22일(현지시간) 온라인에서 미군 장교를 사칭해 친분을 쌓은 뒤 돈을 가로채 온 로맨스 스캠 국제사기단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17명을 사기 공모, 자금 세탁 공모, 신분 도용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사기에 취약한 여성들과 사업체로부터 최소 600만 달러(약 72억원)를 사취한 혐의를 받는다. 서던 캘리포니아에서 사는 두 명의 주요 용의자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의 공모자들이 함께 움직였다.

피해자 가운데 한 일본인 여성은 지난 2016년 온라인 펜팔 사이트에서 시리아에 파병 온 미군 장교라는 말에 속에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를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꾼은 시리아에서 다이아몬드가 든 가방을 발견했고, 밀반출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짓말로 이 여성에게 돈을 요구했다. 또 다친 자신을 도와줄 관계자라며 적십자, 선박회사 직원 등을 거짓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사기꾼에게 속은 여성은 10개월간 35~40차례에 걸쳐 터키와 미국·영국 계좌로 20만 달러의 돈을 보냈다. 여성은 친척·친구·전 남편에게까지 돈을 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단은 이러한 방식으로 세계 곳곳에서 자금을 사취해 공유 은행 계좌로 송금하게 하는 등 광범위한 자금세탁망을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기업을 상대로 회사 이메일 시스템을 해킹하고, 직원을 사칭하는 등의 범행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검찰청의 닉 해나 검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로맨스 스캠' 사기 중 하나"라며 나이지리아와 다른 국가에 남아있는 공범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에만 미국에서 2만1000명 이상이 이런 사기에 넘어가 총 1억4300만 달러(약 1730억원)를 송금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폴 델라코트는 "매년 수십억 달러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시민들과 사업체에 이러한 교묘한 신용 사기를 사전에 인지하고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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