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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잠잘 때 숨 멈추는 수면무호흡증, 뇌 조직 손상시켜 기능 저하 유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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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병원리포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팀 

수면 중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 뇌 조직 손상을 유발하고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 환자와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뇌 백질과 뇌세포 이상 초래 #뇌의 정보 처리 능력 떨어뜨려 #방치 땐 심각한 합병증 일으켜

수면무호흡증은 전체 성인 인구의 4~8%가 앓는 흔한 수면 질환이다. 잠을 자다가 기도가 막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저산소증과 뇌가 수시로 잠에서 깨는 수면 분절을 일으켜 주간 졸음, 집중력 저하를 유발한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부정맥·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 자체도 손상된다. 수면 중 혈압 상승으로 인해 미세 뇌경색이 발생하거나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베타아밀로이드)이 쌓이는 식이다. 이에 윤 교수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실제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면무호흡증 환자(135명)와 건강한 일반인(165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뇌를 촬영한 뒤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환자와 일반인 뇌 MRI 영상 비교·분석 

그 결과 첫째,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대뇌 백질이 변성(손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백질은 대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세포(축삭)가 지나가는 곳이다. 백질이 손상되면 뇌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정보 전달이 어려워진다. 둘째,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뇌세포 간 구조적 연결성(네트워크)에도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뇌의 각 영역끼리 정보를 교환하거나 정보를 통합·처리하는 일에 문제가 생긴다는 뜻으로, 결국 전반적인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윤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간헐적 저산소증과 교감신경의 활성화, 수면 분절은 뇌에 스트레스를 가하고 결국 뇌세포의 구조적 연결성에 문제를 일으킨다”며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뇌의 전반적인 정보처리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양압기 치료가 있다. 양압기는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기도에 불어넣어 수면 중 호흡을 도와주는 장치다. 잠잘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한결 편안하게 호흡하도록 해주고 치료 효과도 큰 편이다. 윤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뇌 기능이 떨어지고 뇌 조직이 손상돼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코를 고는 등 수면무호흡증 증상이 나타날 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조기에 양압기 등으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질병관리본부의 지원을 받아 연세대(한봉수 교수)·고려대(신철 교수)와 미국 미시간대(이민희 박사)·하버드대(로버트 토마스 교수)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해당 논문은 미국 수면연구학회 공식 학술지인 ‘수면(SLEEP)’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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