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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조문때 김정일 손잡고 통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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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송두율씨(左)가 김일성 사망 당시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을 잡고 울먹이고 있다. [TV 촬영]

1일 국정원이 공개한 송두율씨의 혐의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중대 범죄다. 북한 노동당의 고위 간부직을 갖고 정기적으로 거액의 공작금을 받았다는 부분은 그가 사실상 간첩활동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宋씨가 1973년 노동당에 입당했고, 91년 5월께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나고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는 대목은 국가보안법 제3조 1항 반국가단체 가입 혐의에 해당된다. 노동당 서열 23위인 후보위원이었다면 이 조항의 2호(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 종사)가 적용된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중죄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宋씨와 김일성의 관계를 이렇게 공개했다. "宋씨는 91년 김일성을 면담한 직후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애정을 자주 표현했다. 김일성이 사망한 94년 7월 14일 조문차 방북한 宋씨가 김정일의 손을 붙잡고 통곡하기도 했다."

宋씨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등에 충성서약서를 10여차례 작성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宋씨와 김일성 부자의 이런 관계가 宋씨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다. 鄭의원의 설명 자리에는 국정원 공보관도 배석했다.

이와 별도로 같은 당 이윤성 의원도 국정원이 정보위원들에게 문제의 통곡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당일 북한 중앙방송에 방영된 장면을 찍은 스틸사진으로, 이틀 뒤 KBS도 문제의 화면을 받아 방송했다는 설명이다.

宋씨가 묘향산 별장에서 김일성과 오찬을 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또 독일에 나가 있던 북한 공작원(미국 망명 중)이 宋씨에게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김일성 장의위원으로 초대됐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진술한 테이프를 찍은 사진도 함께 제시했다고 한다.

宋씨가 15만달러의 돈을 받았다는 부분도 결정적 혐의다. 18차례 북한을 들어가는 과정에서 1천~2천달러씩 지원받고, 91~95년 사이 매년 2만~3만달러를 받았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제5조 금품수수 조항에 저촉되는 행위다.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이다. 북한 측 인사와 회합.통신을 한 혐의와 북한의 요청을 받고 입북(특수탈출)한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85년 재독 유학생 오길남씨에게 입북을 권유했다는 부분은 공소시효(15년)가 지난 상태다.

국정원으로부터 이날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그의 사법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 등에선 당초 宋씨가 대국민 사과 등의 '진지한 반성'을 할 경우 정상을 참작한다는 '조건부 선처 방침'(본지 10월 1일자 1면)이 은근히 흘러나왔다.

그러나 宋씨의 충격적인 혐의들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단죄'쪽으로 쏠릴 경우 상황은 달라질 분위기다. 따라서 2일 宋씨 측의 대국민 입장 표명의 성격이 그에 대한 처리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宋씨가 혐의를 모두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검찰은 宋씨를 원칙대로 기소해 법정에 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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