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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승무원, 비행 중 기도막힌 어린이 구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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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이 비행 중 빠른 응급 조치로 기도가 막힌 어린이 승객을 구해 화제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이 비행 중 빠른 응급 조치로 기도가 막힌 어린이 승객을 구해 화제다. [사진 대한항공]

#. 지난 18일 오후 4시 35분 서울 김포공항을 떠나 일본 오사카로 향하던 대한항공 KE739편 항공기 안. 오사카 공항에 가까워지고 착륙 기내 시그널이 나왔을 때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일반석 중간 부분에 탑승한 12세 일본인 여자 어린이 승객이 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목을 부여잡은 것. 조용하던 항공기는 혼란에 휩싸였다. 옆자리에 앉은 아이 아버지는 입속 이물질을 제거하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다. 어머니는 큰 소리로 울먹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상황 발생 직후 사무장이 기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사가 있는지 안내방송을 했다. 하지만 의사는 타고 있지 않았다.

흉부압박 등 빠른 대응으로 질식 막아

바로 승무원 응급조치가 시작됐다. 이창현 사무장과 김은진 승무원, 하승이 승무원이 어린 환자 곁에 모였다. 이들은 그동안 교육받은 하임리히법을 썼다. 이물질로 인해 기도가 막혔을 때 양팔로 환자를 뒤에서 안 듯 잡고 배꼽과 명치 중간 사이의 공간을 주목으로 밀어 올리는 처치법다. 수차례에 걸친 시도에도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 승객은 호흡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의식을 잃었다.

12세 일본 어린이의 생명을 살린 대한항공 승무원들. 왼쪽부터 김은진 승무원, 이창현 사무장, 하승이 승무원. [사진 대한항공]

12세 일본 어린이의 생명을 살린 대한항공 승무원들. 왼쪽부터 김은진 승무원, 이창현 사무장, 하승이 승무원. [사진 대한항공]

이 사무장은 급히 손을 쓰지 않으면 뇌사 및 승객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승무원이 돌아가면서 30여 회 이상 강한 압박으로 응급조치를 이어갔다. 승무원의 팔엔 피멍이 들었다.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려는 순간 기적처럼 환자의 흉부 쪽에서 폐로 공기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간신히 호흡이 돌아왔다.

환자는 승무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을 보이면서 빠르게 회복했다. 승무원이 환자의 부모와 입 안의 이물질을 확인한 결과, 기도를 막은 것은 빠진 어금니(유치)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약 30여 분간의 긴박한 시간 동안 객실 승무원이 소중한 생명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응급 상황에 대비해 꾸준히 훈련을 거듭해온 결과”라며 “앞으로도 승객이 안심하고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모든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정기안전교육을 통해 응급처치법,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 심장충격기(AED) 사용법 실습과 같은 기내 항공 응급 처치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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