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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뿌리칠 美 '미사일 패권'···INF 탈퇴뒤 신무기 쏟아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육군의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 [사진 미 육군]

미국 육군의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 [사진 미 육군]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미사일 패권’을 다지고 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중장거리 핵전력 금지 협정(INF)에서 공식 탈퇴한 걸 계기로 그동안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던 각종 미사일 현대화 계획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특히 1987년 INF 협정 체결 후 32년 동안 봉인했던 중거리 미사일(사거리 1000~5500㎞)을 가급적 빨리 되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때부터 차근 준비 #INF 협정 탈퇴 후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올라 #기술 수준 높아 중국과 러시아 골치 아플 듯

미 육군의 급속 전력ㆍ중요 기술국(RCCTO)은 지난 11일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열린 우주ㆍ미사일 방어 심포지엄에서 지상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일부 정보를 공개했다. 극초음속은 마하 5(시속 6125㎞)를 넘는 속도를 뜻한다.

미 육군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라 불린다. 미 육ㆍ해ㆍ공 3군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공군은 폭격기에, 해군은 수상함ㆍ잠수함에 각각 탑재할 계획이며, 육군은 이동형미사일발사대(TEL)에 싣고자 한다. 미 에너지부 산하 샌디아 국립 연구소가 이 미사일 개발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샌디아 국립 연구소는 미국의 3대 핵무기 개발 연구소로 꼽힌다. 유사시 LRHW에 핵탄두를 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미국 육군의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포대 구성, 1대의 통제 차량과 4대의 발사 차량으로 구성됐다. 1개 포대는 모두 8발의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사진 미 육군]

미국 육군의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포대 구성, 1대의 통제 차량과 4대의 발사 차량으로 구성됐다. 1개 포대는 모두 8발의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사진 미 육군]

LRHW는 2발을 실은 발사대를 트랙터에 올린 뒤 8쌍의 바퀴가 달린 오시코시 M983A4 트럭과 연결할 예정이다. 4대의 발사 차량과 1대의 통제 차량을 묶어 1개 포대로 구성한다. 대형 수송기에 태워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바로 전개한 뒤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육군은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까지 1개 포대를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사거리는 200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 육군은 LRHW와 별도로 장거리 정밀 화력(LRPF)도 개발하고 있다. 당초 LRPF의 사거리를 300~500㎞로 잡았지만, INF 협정 폐기로 100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육군의 차세대 미사일인 장거리 정밀 화력(LRPF). [사진 미 육군]

미국 육군의 차세대 미사일인 장거리 정밀 화력(LRPF). [사진 미 육군]

이들 개발 계획은 미국이 INF 협정 탈퇴 이전부터 조용히 준비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군 소식통은 “미 국방부는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 재임 시절부터 INF 협정 탈퇴 이후 상황에 대해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INF 협정 탈퇴 이후 기다렸다는 듯 각종 개발 계획을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전문 매체인 '에비에이션 위크'의 김민석 한국 통신원은 “미국은 이들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값이 싸면서도 미사일 방어망을 뿌리칠 수 있도록 제작하려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공군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지상기반 전략 억제(GBSD) 상상도. [자료 노스럽 그루먼]

미국 공군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지상기반 전략 억제(GBSD) 상상도. [자료 노스럽 그루먼]

미 공군은 68년부터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미니트맨 3(LGM-30)를 대체하는 지상기반 전략 억제(GBSD) 미사일 사업을 지난달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 해군은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신형 전략원잠(SSBN) 콜롬비아급 건조 사업을 내년부터 착수한다. 콜롬비아급은 모두 12척이 만들어져 지금의 오하이급과 교체할 예정이다. 이 잠수함에 탑재할 트라이던트 II D5 SLBM은 모두 최신형으로 개조된다.

미국 해군의 차세대 전력원잠(SSBN)인 콜롬비아급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쏘는 모습(상상도). [사진 미 해군]

미국 해군의 차세대 전력원잠(SSBN)인 콜롬비아급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쏘는 모습(상상도). [사진 미 해군]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미사일 전력을 소홀히 한 면이 있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무섭게 따라오면서 미국은 다시 격차를 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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