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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협회 체질개선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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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 연극계의 가장 큰 잔치로 손꼽히는 서울연극제의 주최권이 올해부터 문예진흥원에서 한국연극협회로 넘어오면서「민간자율」의 첫 연극제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연극인들이『도대체 종전보다 나아진게 뭐냐』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5일 개막된 제13회 서울연극제의 기획·관리·홍보·운영 등 모든 것이 「관제연극제」로 비난받아온 과거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연극협회가 자체적으로 기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문예진흥원의 예산보조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사실.
연극협회가 지난 87년과 같은 총1억1천5백만원의 예산을 그저 연극제참가단체별로 나눠주는데 그침으로써 경연에 나서는 8개극단이 각각 지원받는 액수는 1천만원미만이며, 그나마 작가에 대한 원고료 2백50만원과 공연장 대관료를 빼면 실수령액은 5백80만원뿐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경연참가극단들이 예상하는 적자폭은 5백만원정도. 인쇄비·무대제작비·의상비·분장비·출연료 등 약1천5백만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관객이 적기로 소문난 연극제공연의 입장수입은 4백만원선이 고작이므로 극단마다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연극제에 참가하는 극단 실험극장의 연출가 윤호진씨는『연극협회가 후원자를 적극 유치 해 참가극단에 대한 제작비 지원을 늘리든가, 그게 정 어렵다면 아예 참가극단수를 줄여서라도 극단들이 「경연에 참가한 죄」로 빚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연극협회측은『요즘 같은 불경기에 기업후원을 받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연극제 주최권을 연극협회가 넘겨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많은 것이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라며 딴청.
○…그러나 극단들은 예산지원 외에도 연극협회가 서울 연극제를 알리는 현수막조차 변변히 내걸지 않고 홍보자료준비라든가, 연극보기 캠페인 등 주최측이 마땅히 함직한 기본적인 일조차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연극제에 참가중인 극단 민중도 23일 「서울연극제 개막에 앞서」라는 성명을 통해 『한국연극협회의 무성의와 무능력에 대해서는 행사가 끝난 뒤 냉엄한 비판과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면서 연극협회의 「민주적 체질개선」을 촉구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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