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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시국기도회·5공 청산 서명운동|정부·기독교단체 대립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기도회와 개신교측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전국교역자비상시국 철야기도회」를 비롯한 예정된 각종 시국기도회로 정부와 기독교단체간의 대립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익환목사·서경원의원·임수경양·문규현신부등의 입북·귀환에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공안정국에 반대하는 이같은 기독교계의 움직임은 정치권에 의한 공안정국수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천주교사제단이 국가보안법철폐 법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나 KNCC인권위가 『현정국을 종교인이 앞강서 극복해야할 비상시국으로 선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그같은 가능성을 말해준다.
문규현·남국현·구일모·박병준신부등이 구속된 가톨릭은 정의구현사제단이 ▲국가보안법철폐와 5공청산등을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의 전개 ▲시국기도회의 지속적 개최등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지도부인주교단은 문신부의 북한방문이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주교단이 시국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수환추기경은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미사강론에서『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몇사람의 밀입북때문이냐, 아니면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초강경자세 때문이냐』고 묻고 있다.
또 20일의「젊은이 성찬제」미사강론에서도 문신부와 임수경양의 입북과 그후의 사태와 관련,『그들의 방북이 그들의 원래 뜻과 달리 남으로부터도, 북으로부터도 일방적으로 왜곡되고 악의로 정치선전에 이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기경은 『두사람의 문제를 우리정부가 노태우대통령이 작년에 행한 7·7선언의 정신에 따라 다루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수환추기경의 이같은 말은 정부가 통일문제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갖기를 촉구하면서 공안정국에는 비판을 보내는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은 오는 10월 교황 요한바오로2세를 비롯한 세계의 교역자들이 참석하는 제44차 세계성체대회의 서울개최를 앞두고 있다. 정부나 가톨릭주교단이 다같이 조심스러운 대응을 모색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사제들은 강경하다.
개신교에서도 시국에 대한 거부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희는 21일 낸 「전국교역자 비상시국철야기도회를 개최하며」란 제목의 성명에서 『현시국은 폭력과 불의가 만연되고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체제유지를 위한 구시대적 잔재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현시국을 두려움이나 게으름 때문에 묵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31일 오후7시부터 9월1일 새벽까지 철야기도회를 갖겠다고 발표했다. 또 KNCC인권위도 22일『현 정권은 국민에게 민주화를 약속했으나 최근 체제수호를 명분으로 광주사태 진상규명·5공청산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현 정국을 종교인이 앞장서서 극복해야할 비상시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NCC는 86년 4·13호헌조치철회등을 위해 계속했던 목요기도회를 다시 부활시킬 계획도 갖고있다.
그러나 NCC의 선언과 기도회는 개신교 보수계열의 강한 반발을 받고있어 개신교 전체의 뜻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독교교단의 현시국에 대한 비판과 기도회등을 통한 거부움직임은 현재공안정국에 대한 비판을 가시화시키고 있는 유일한 집단이라는 성격때문에 다른 비판세력들의 동조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기독교측은 기도회 등을 종교적인 행사로 국한시키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그 파장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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