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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워커,발렌타인,시바스리갈에 열광하던 주당들의 변심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30)

20세기는 블렌디드 위스키의 시대였다. 조니워커,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시바스리갈, 커티삭, 올드파, 티쳐스, 화이트홀스, 벨즈… 수많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범람했고, 대중은 싸고 마시기 편한 블렌디드 위스키에 환호했다. 한국에서 많이 소비된 윈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 등도 모두 블렌디드 위스키다.

아이리시 위스키, WRITER’s TEARS.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블렌디드 위스키인데, 이런 브랜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진 김대영]

아이리시 위스키, WRITER’s TEARS.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블렌디드 위스키인데, 이런 브랜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진 김대영]

판은 변했다. 싸고 적당한 블렌디드 위스키를 원하던 소비자들이 비싸도 개성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찾기 시작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하나의 증류소에서 만든 위스키’를 말하는데, 스코틀랜드에만 100개 넘는 증류소가 있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블렌디드 위스키 회사들 증류소 쇼핑 

마치 이렇게 될 거라고 예견이라도 한 듯, 20세기 엄청난 매출을 쌓은 블렌디드 위스키 회사들은 증류소를 사들였다.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원액 확보가 목적이었지만, 21세기 싱글몰트 트렌드를 대비하는 셈이 됐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증류소도 많지만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드는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등 대기업 소유 증류소가 많다.

지난 7월 11일 블렌디드 위스키 로얄살루트를 만드는 페르노리카는 21가지 싱글몰트를 블렌딩한 ‘로얄살루트 21년 몰트’를 공개했다. 블렌디드 위스키로 유명한 로얄살루트가 싱글몰트 위스키로만 만든 ‘블렌디드 몰트’ 제품을 내놓는 건 사상 최초다(블렌디드 위스키엔 값싼 그레인 위스키가 포함된다).

신제품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로얄살루트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고급 위스키 수요가 늘고 있다”며 “오래된 원액을 많이 보유한 로얄살루트이기에 대응 가능했다”고 밝혔다.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사진 페르노리카코리아]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사진 페르노리카코리아]

지난 7월, 페르노리카는 해외시장에서 ‘시크릿 스페이사이드 콜렉션’도 새롭게 선보였다. 그룹 산하 4개의 스페이사이드 증류소(롱몬, 브레이즈, 글렌키스, 카파도닉)의 싱글몰트 위스키 15종을 출시했다. 1년간 면세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뒤, 내년 여름부터 일반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발렌타인 위스키를 구성하는 싱글몰트 3종(글렌버기, 글렌토커스, 밀튼더프)을 작년에 발매한 데 이어, 올해도 급성장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 병력을 대거 확충했다.

2018년 발렌타인 브랜드 최초로 발매된 싱글몰트 위스키 3종. 글렌토커스 15년, 글렌버기 15년, 밀튼더프 15년. [사진 페르노리카코리아]

2018년 발렌타인 브랜드 최초로 발매된 싱글몰트 위스키 3종. 글렌토커스 15년, 글렌버기 15년, 밀튼더프 15년. [사진 페르노리카코리아]

소량 다품종 생산이 대세  

디아지오도 매년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스’란 이름으로 자사 증류소의 싱글몰트 위스키 한정판을 출시해왔다. 작년에는 탈리스커 8년, 쿠일라 15년, 오반 21년 등의 싱글몰트와 클라닥이라는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를 출시했다. 디아지오는 질 좋은 싱글몰트 위스키를 판매하면서 소비자 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소비자는 조니워커에 포함되는 위스키가 어떤 것들인지 보다 자세히 아는 기회를 얻는다.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스 2018 위스키. (사진 김대영)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스 2018 위스키. (사진 김대영)

블렌디드 위스키를 주로 만들던 회사들이 싱글몰트 위스키를 출시하는 일은 보다 빈번해질 것이다. 더 개성 있는 위스키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싱글 캐스크(하나의 오크통에서만 숙성된)’ 위스키 카테고리를 강화도 예상된다. 대량생산에서 소량생산으로 넘어가 가격은 비싸지겠지만, 마셔볼 위스키가 늘어나는 일은 위스키 팬에게 기쁜 일 아닐까.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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