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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발사 훈련 계속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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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다.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결의를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안보리가 15일(한국시간 16일 오전 4시) 결의문을 채택한 지 45분 만이다. 이런 즉각적인 반응은 평양 지도부로부터 미리 받은 대응지침에 따른 것임을 의미한다. 이어 13시간 뒤인 16일 오후 5시쯤엔 북한 외무성도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강력히 규탄하고 전면 배격하며 추호도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일본 등이 주도한 대북 결의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북한은 나아가 미사일 추가 발사 등 더 강경한 행동을 취할 수 있음을 공언했다. 외무성 성명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사도 "앞으로도 자위를 위한 억지력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미사일 발사 훈련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강력한 반발로 미뤄볼 때 당분간 미사일 발사를 주축으로 한 '벼랑끝 전술' 카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적어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 이후 핵 보유 선언 등 협상카드를 착착 내놓아 왔다는 점도 북한이 극한 행동을 할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미사일과 핵 개발을 결합한 보다 강도 높은 위협이 평양 측에서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당장 현실적인 대북 제재가 닥치지 않는 상황에서 안보리 결의문 한 장만으로 북한이 취해온 일련의 도발 행위를 중단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이달 초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가 뒤통수를 맞은 정부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유엔 결의문까지 나온 상황에서 북한이 무모한 도발 일변도의 행동을 하기는 무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마저 찬성표를 던진 상황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일 위원장의 대외정책을 보면 그가 매우 현실주의자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체제 유지에 극도의 부담감을 안겨줄 상황까지 몰고 갈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미사일 추가 발사에 초점을 맞춰 북한의 발목을 잡겠다는 안보리의 판단에 정면 대항할 경우 사면초가의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행동이 이뤄지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대북 군사행동을 포함한 결의문이 추가로 채택될 수 있어 북한이 쉽게 선택할 카드는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의 구체적 대응 방안은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공개 활동을 중단한 채 장고에 들어간 김 위원장이 5년 만에 소집한 해외공관장회의 등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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