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43.5%가 홍콩 정부 신뢰도에 ‘0점’ 부여

중앙일보

입력

홍콩인 10명 중 4명 이상이 홍콩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 ‘빵점(0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홍콩 명보(明報)가 최근 홍콩 중문대학 여론조사센터에 의뢰해 얻은 것이다.

홍콩 시위대 진압에 나선 홍콩 경찰이 두 달 동안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홍콩의 시위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홍콩인의 무려 43.5%가 홍콩 정부에 대한 신임도가 '0점'이라고 답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대 진압에 나선 홍콩 경찰이 두 달 동안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홍콩의 시위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홍콩인의 무려 43.5%가 홍콩 정부에 대한 신임도가 '0점'이라고 답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명보에 따르면 중문대는 홍콩에서 총파업 시위가 벌어진 8월 5일 이후 시점인 8월 7일부터 13일까지 전화나 방문 등의 방법을 통해 15세 이상 시민 842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홍콩 사태와 관련해 여론 조사를 시행했다.
홍콩 정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완전 신임을 10점, 완전 불신임을 0점으로 했을 때 8월 여론은 2.77점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조사 때의 3.61점보다 더 떨어졌다. 특히 43.5%의 응답자가 완전 불신임인 0점을 부여했다.
이 같은 비율은 6월보다 17.1%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홍콩 정부에 대한 홍콩인의 믿음이 더 크게 추락한 걸 보여준다고 명보는 전했다. 홍콩인의 중국 중앙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떨어졌다.
중앙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6월 3.48점을 기록했는데 8월엔 2.96점으로 하락했다. 홍콩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중앙 정부에 대한 신뢰도보다 낮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명보는 말했다. 또 응답자의 40.3%가 중앙 정부에 대해서도 완전 불신임인 0점을 줬다.

홍콩 최고의 갑부로 꼽히는 리카싱이 지난 16일 홍콩 성도일보에 '폭력'에 반대하는 전면 광고를 실었다. 그러나 홍콩 여론조사 결과 시위대의 폭력을 용인하는 시민이 늘었다. [중국 인민망]

홍콩 최고의 갑부로 꼽히는 리카싱이 지난 16일 홍콩 성도일보에 '폭력'에 반대하는 전면 광고를 실었다. 그러나 홍콩 여론조사 결과 시위대의 폭력을 용인하는 시민이 늘었다. [중국 인민망]

시위가 폭력적이어도 괜찮다는 비율은 상승했다. 6월 조사에선 82.9%의 홍콩인이 시위는 ‘평화적이고 비폭력이어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이번엔 71.6% 만이 ‘비폭력 시위’를 지지했다. 시위의 폭력화에 대해 11.3% 포인트가 더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홍콩 사태의 결말은 어떻게 날 것인가. 이에 대해 홍콩인들은 ‘홍콩 정부의 강력한 진압 때문에 시위가 더는 지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37.5%의 홍콩인이 이같이 전망했다.
그다음으론 22%의 홍콩인이 ‘시위가 점차 스스로 소멸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봤다. 홍콩 정부가 ‘충분히 양보해 시위가 중지될 것’이란 전망은 17%로 세 번째를 차지했다. 중국 중앙 정부가 ‘해방군을 출동시켜 시위를 저지할 것’이란 견해는 13.5%로 네 번째를 기록했다. 10%는 응답하지 않았다.

홍콩 경찰이 17일 밤 몽콕에 모인 시위대 해산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17일 밤 몽콕에 모인 시위대 해산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시위대가 ‘홍콩 정부 진압’이나 ‘스스로 소멸’ ‘중국 정부 진압’ 등에 의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다소 비관적인 견해가 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만이 시위가 홍콩 정부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편 중국이 홍콩에 이웃한 광둥(廣東)성 선전의 춘젠 스타디움에 무장경찰 1만 명 이상과 장갑차, 군용 트럭을 집결시키고 “10분이면 홍콩에 도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홍콩인은 10명 중 1명이 조금 넘는 비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명보, 홍콩인 대상 8월 여론조사 실시 #시위의 폭력화 용인 비율 늘어나고 #‘홍콩 정부가 시위 진압’ 전망 가장 높아 #13.5%는 ‘중국군 투입 가능성’ 예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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