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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만에 최신 F-16V 판매 결정…트럼프·시진핑 갈등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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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양국 관계는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양국 관계는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외교 갈등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미 행정부가 최신형 F-16V 전투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 행정부의 결정을 비난하며 실제 판매를 강행하면 보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보였다.

美 민주·공화 “중국 영향력 저지 도움” 초당적 지지 #中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판매하면 맞대응” 경고

월스트리트저널(WSJ),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대만에 F-16V 전투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의회에 비공식 통보했다. 공식적으로 의회에 통보하진 않았지만, 행정부 차원에서는 판매를 결정했다는 의미다.

미 국무부는 판매 결정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보도를 통해 대만에 F-16 전투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며 “국무부는 이번 계약이 정식으로 의회에 통보되기 전까지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무역 협상과 맞물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걸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F-16 전투기.[AP=연합뉴스]

F-16 전투기.[AP=연합뉴스]

행정부와 달리 미 의회는 판매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공화·민주당 모두 이 사안에 대해선 의견이 같다. F-16V 를 대만에 공급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을 수 있을 거로 보기 때문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인 짐 리쉬 공화당 의원은 성명을 내 “이 전투기들은 중국으로부터 압력을 받는 대만의 영공 수호 능력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짐 인호프 공화당 의원은 “전투기 판매가 중국의 지역 내 영향력 확대와 군사력 증강을 방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엘리엇 엥걸 위원장과 마이클 매콜 공화당 간사도 공동성명을 내 대만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를 지지했다.

대만 “미국에 감사”…전투기 연대 신규 창설

I 지난 3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하와이를 방문한 행사에서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이날 차이 총통은 미국이 대만의 전투기 판매 요청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무기 구매 성사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 AP =연합뉴스]

I 지난 3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하와이를 방문한 행사에서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이날 차이 총통은 미국이 대만의 전투기 판매 요청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무기 구매 성사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 AP =연합뉴스]

대만 정부는 판매결정이 내려지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7일 대만 중부 타이중에서 열린 강연에서 미국 정부의 전투기 판매 결정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매 결정은 대만의 공군 전력과 전체적인 국방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6일 대만 공군사령부는 페이스북에 F-16V 전투기를 획득한 후 1개 전술전투기연대(비행단 격)를 창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만 본섬 주변에서 벌이는 중국군의 훈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공군사령부는 지난 16일 F-16V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그래픽 자료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대만 공군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대만 공군사령부는 지난 16일 F-16V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그래픽 자료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대만 공군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대만 공군은 7개의 전술전투기연대를 갖고 있다. 만일 대만 정부의 계획대로 F-16V를 배치하면 8개의 전술전투기연대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1997년 대만군 조직개편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 확충이다.

F-16V 배치되면 20년만 최대규모 군 확충 

대만 공군은 16일 F-16V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그래픽 자료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대만 공군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대만 공군은 16일 F-16V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그래픽 자료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대만 공군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F-16V는 F-16의 최신형으로 대만은 지난 3월 66대의 F-16V를 판매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한 바 있다. 판매 금액은 2500억 대만 달러(약 9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달에도 에이브럼스 전차의 대만형인 M1A2T 전차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약 2조6000억원) 이상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었다.

중국은 미국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라며 강하게 미국을 비난했다. 화 대변인은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대만에 대한 전투기 판매를 자제하고 무기 판매와 군사 접촉을 중단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도 분명히 대응할 것이고 그에 따른 모든 결과는 미국이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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