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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한·일 관계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북·일 국교 정상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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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구라 가즈오

오구라 가즈오

“일·한 관계에 본격적인 메스를 들이대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서라면 그 계기는 일본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밖에 없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외교 원로인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80) 전 주한 일본대사(1977~79년)가 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기고문을 통해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근본 해법으로 북·일 국교 수립을 제시했다.

닛케이 기고문에서 해법 제시 #“과거 모든 문제 재청산 계기 될 것”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한·일 양국 간 갈등과 관련해 북·일 수교 교섭 과정에서 타결의 돌파구를 찾자는 의미다. 한·일은 1965년 국교 정상화에 이르는 14년간의 협상마다 징용 피해 배상 등을 놓고 치열하게 맞섰다. 그 결과물이 청구권협정이다. 오구라 전 대사는 일본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도 과거사 청산이 핵심 쟁점이라고 보고 이런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그는 “(북·일 국교 정상화 때) 전 징용공을 포함한 과거의 모든 문제를 한반도 전체에서 도마 위에 다시 올려놓고 재청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오구라 전 대사는 “(일본의) 대북 대응은 일·한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라며 “북한 위협에 대한 양국의 의견이 다를 때 한국에선 곧바로 반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북 국교 정상화는 긴 안목으로 보면 한국의 반일 운동도 진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안인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오구라 전 대사는 일본 정부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인 ‘수출관리체제’ 문제부터 빨리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이 폭넓게 협의하는 고위급 회의를 만들어 차원을 바꿔 논의해 나가는 것이 사태 타개에 근접하는 길일 것”이라며 “진정한 미래 지향은 미래로 이어지는 차원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대항조치로 검토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출관리는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명을 담당하고 있다”며 “자유무역에 반한다는 한국 측 주장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부품·소재 국산화 정책도 비판적으로 봤다. 국산화를 담당할 마땅한 중소기업이 부족한 상태에서 결과적으론 대기업 의존도만 심화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결국 문재인 정권의 반재벌 기조와 상반되는 역설적 현실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오구라 전 대사는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산업은 국제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싸고 좋은 제품을 잘 조달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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