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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이어 진영 제동에 박원순표 광화문광장 ‘멈칫’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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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가 올해 초 공개한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투시도. 새 광장이 조성되면 현재 세종대로와 연결되는 경복궁 앞 사직로, 세종문화회관 앞 편도 5차로는 없어진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올해 초 공개한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투시도. 새 광장이 조성되면 현재 세종대로와 연결되는 경복궁 앞 사직로, 세종문화회관 앞 편도 5차로는 없어진다. [연합뉴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둘러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의견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팽팽히 맞서던 서울시는 최근 행안부의 잇따른 제동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vs 행안부 2라운드, 향방은 #여론 수렴 미비, 시민 반발 들어 #행안부 “일정 연기” 두 차례 공문 #시 “납득 어렵다” → “다시 점검”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박원순 시장 주재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관한 긴급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진희선 행정2부시장, 강맹훈 도시재생실장 등 주요 보좌진도 함께했다. 회의에서는 행안부가 요구한 사업 일정 연기와 여론 악화 등에 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는 행안부가 지난 9일 발송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관련 협조 요청(2차)’이란 제목의 공문에서 비롯됐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재구조화 사업 관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시민 등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 속에 추진돼야 한다”며 “전반적 사업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지난달 30일에 보낸 1차 공문 내용을 언급했다. 행안부는 “이런 협조 요청에도 서울시가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변경고시를 진행한 것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선행조치 없이 임시 우회도로 공사 등을 진행할 경우 추가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새 광화문광장이 조성되면 현재 세종대로와 ‘T’자 모양으로 연결되는 경복궁 앞 사직로는 사라지고 정부서울청사 뒤쪽으로 우회도로가 생길 예정이다. 또한 세종문화회관 앞 편도 5차로도 사라져 교통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문에서 언급된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서울시가 지난 8일 고시한 것으로 양측이 내내 마찰을 빚고 있는 사직로 우회도로 신설 내용이 담겼다. 행안부는 사직로 우회도로가 조성되면 정부서울청사 부속 건물이 훼손된다며 김부겸 전 장관 시절부터 반발해왔다. 진영 장관이 취임한 후 양측이 합의된 듯 보였으나 지난달 30일 행안부가 1차 공문을 보내며 마찰은 다시 시작됐다. 1차 공문을 받은 후에도 서울시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행안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실무 반영이 이뤄졌음에도 공문까지 보내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2차 공문으로 재차 압박하자 고심하는 모습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다. 강 실장은 “행안부는 시민단체가 발표한 의견 위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서울시도 광화문시민위원회라는 공식 창구를 통해 의견을 받고 공청회도 하며 충분한 노력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행정개혁시민연합 등 11개 단체는 광화문광장 사업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서울시에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시민 의견을 들을 새도 없이 예정된 준공 시기를 맞추려 한다”며 “실익보다 부작용이 큰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행안부 이재관 청사관리본부장은 “이 사업이 국민의 지지와 이해 없이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울시 일정에 따라 모두 맞출 수 없고 세부적으로는 이전 예정인 어린이집과 관련해 학부모 설득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강맹훈 실장은 “정말로 의견수렴하는 절차가 미비했는지, 혹시 홍보가 안된게 문제 인지 등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을 다시 한번 거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두고 맞서는 서울시 vs 행안부

1월 21일 서울시,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 발표
1월 23일 김부겸 전 장관 시절 행안부 “새 설계안 받아들일 수 없다” 입장 발표
4월 11일 진영 행안부 장관 취임
6월 27일 서울시 ‘세종로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 변경안’ 통과
7월 25일 진영 장관, 간담회서 “합의 어렵다” 발언
7월 30일 행안부, 서울시에 1차 공문 발송
8월 8일 서울시 긴급 브리핑,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변경 고시
8월 9일 행안부 2차 공문 발송
8월 13일 박원순 시장 주재 긴급회의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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