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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과 걷던 시민에 테이저건 쏜 경찰 "쫓던 수배자 잡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테이저건은 경찰이 사용하는 권총형 진압 장비다. 테이저건에서 발사된 전기침에 맞으면 중추신경계가 일시적으로 마비돼 쓰러진다. [연합뉴스]

테이저건은 경찰이 사용하는 권총형 진압 장비다. 테이저건에서 발사된 전기침에 맞으면 중추신경계가 일시적으로 마비돼 쓰러진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경찰이 수배자로 오인해 시민에게 테이저건을 쏜 사건 속 수배자가 이튿날인 14일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며칠 전 체포영장이 발부된 A씨(29)를 이날 오후 4시 40분쯤 경기도 가평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1200만원 규모의 중고차 관련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 동기 등을 밝히기 위해 A씨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 13일 오후 10시 35분쯤 20대 남성 B씨가 여자친구와 함께 인천시 서구 석남동 근처 거리를 걷다 테이저건을 맞았다. 거리를 걷던 그들에게 3명의 남성이 다가섰고 B씨는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봉고차에서 내려서 다가오니 납치범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남성들이 말을 걸자 B씨는 뒷걸음치며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여자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어깨를 잡는 남성들을 뿌리치고 도망을 시도하던 B씨를 향해 한 남성이 테이저건을 쐈다. 테이저건은 강한 전류를 발생해 상대의 근육을 마비시키는 권총형 무기다. 테이저건에서 발사된 바늘을 맞은 B씨는 쓰러졌다.

B씨에게 테이저건을 쏜 남성은 인천 서부경찰서 소속 경사였다. 이 경사를 포함한 3명의 경찰관은 사기 혐의를 받는 A씨를 잡기 위해 이날 석남동에 있는 그의 거주지 근처에서 잠복 중이었다. 잠복 중 A씨와 나잇대와 외견이 비슷한 사람이 경찰의 눈에 들어왔다. 여자친구와 함께 거리를 걷던 B씨였다.

A씨가 여자친구와 같이 다닌다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B씨를 A씨로 오인했다. 차에서 내려 B씨에 다가가 “경찰인데 당신 A씨 아니냐?”고 물었다. 사복 차림의 경찰관을 납치범으로 오해한 B씨는 도망치려 했고 경찰은 항거한다고 판단해 그에게 테이저건을 쐈다.

확인 결과 B씨는 A씨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경찰은 B씨에게 사과하고 테이저건에 입은 상처를 치료해줬다. 병원 치료를 받자고 했으나 B씨가 나중에 연락한다고 해 연락처만 받았다고 한다. B씨는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정신적 충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찰조사 후 징계위원회 열 것 

경찰은 해당 경사가 테이저건을 잘못 발사한 사실을 확인하고 감찰 조사에 나섰다. 테이저건 사용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감찰 조사 이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관련자들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경사가 당시 피의자가 도주하는 긴박한 상황인 줄 알았다고 소명하고 있다”면서도 “테이저건을 잘못 발사했기 때문에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B씨로부터 추가로 연락이 오진 않았지만, 테이저건을 맞은 부분에 대해 피해보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석용·최은경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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