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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억달러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 '親부시' 기업들이 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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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백3억달러(약 23조4천억원)라는 거액이 들어가는 이라크 재건 사업에 '친(親) 부시' 업체들이 줄줄이 사업권을 따내면서 '정실 선정'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언론과 의회는 사업자 선정이 일부 기업에 특혜를 주는 식이라고 문제삼았다.

◇연줄 논란=핼리버튼과 벡텔사가 말썽이다. 이들 회사는 경쟁입찰 아닌 단독 수의계약이나, 국방부.국무부가 몇개의 특정업체들을 지정한 뒤 이중에서 계약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17억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유전 보수.개발 사업권 등을 따낸 핼리버튼은 딕 체니 부통령이 2000년 부통령에 출마하기 직전까지 회장으로 일했던 회사다.

벡텔은 전력 복구.식수 공급 사업 등으로 6억8천만달러짜리 계약을 수주한 데 이어 최근 3억5천만달러짜리를 추가로 따냈다.

포브스지는 벡텔 회장 라일리 벡텔은 백악관 수출자문위원회 위원이며, 잭 시한 수석부사장 역시 퇴역 장성 출신으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자문하는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이라고 지적했다. 계약 수주에 연줄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인사들도 이라크 투자자문업체로 나서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전했다.

이 신문은 3월까지 연방재해국장을 지냈던 조 앨보가 두달 후 설립한 '뉴 브리지 스트래티지스'는 노골적으로 연줄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앨보 회장은 부시 대통령의 2000년 대선 선거참모로 우리 회사야말로 투자자에게 워싱턴과 이라크 양쪽에서 최적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업체"라고 선전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부회장 에드워드 로저스는 아버지 부시를 도왔던 로비스트다.

◇제기되는 비판=민주당의 프랭크 로텐버그.조셉 리버먼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 "사업자 선정 과정이 의문 투성이"라며 "은밀하게 진행된 비공개 계약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의회에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수전 콜린스 상원 행정위원장까지 "의회가 승인하는 이라크 관련 예산은 모두 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쓰여야 한다"고 나섰다.

민주당의 헨리 왁스먼 하원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밀어주기' 때문에 납세자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바스라의 경찰서 20곳 복구 공사는 이라크 업체에 맡겼으면 5백만달러로 충분했겠지만 미국 업체에 맡기느라 2천5백만달러를 써야 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30일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추진했던 유럽 재건계획인 마셜 플랜은 백악관에서 독립된 기관이 관장했다. 그러나 이라크 재건 계획은 백악관의 친구들이 좌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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