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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핵심 부상한 노린코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중국이 북한이나 이란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 방산기업인 노린코(NORINCO)가 양국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원은 15일 "미국은 최근 노린코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은 물론 이란의 미사일 기술 지원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거래중단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하지만 중국 당국은 외교부를 통해 노린코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에 강력히 항의하며 미중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임을 공언하고 있어 노린코가 양국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린코는 중국의 국영 방산기업으로 약 80개의 해외지사와 20여개 국내지부를 갖고 있으며 소형 무기 및 군용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노린코란 명칭은 중국북방공업공사(China North Industries Corporation)의 줄임말이며, 중국 인민해방군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전세계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는 노린코가 1999년 1월부터 샤히드 헤맛 등 이란에 미사일 기술과 관련된 지원활동을 한 혐의로 2003년 5월부터 제재조치를 단행해 2년간 자국기업과의 전면적인 거래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후에도 WMD와 관련된 물품과 기술을 이란에 지원한 혐의로 6차례에 걸쳐 추가 제재를 단행함으로써 미국시장에서 매년 6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던 노린코에 치명타를 날렸다. 이와 관련, 미국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5회에 걸쳐 외국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했는데 이중 80회가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중국은 이에대해 콩취안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자국법으로 외국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제재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미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임을 공언했다. 노린코도 "어떤 국가에도 WMD 관련 물자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미국의 근거없는 제재조치 이후 최소 2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제재기업 명단에서 삭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린코가 8억3600만달러짜리 이란 테헤란 지하철공사를 수주하는 등 이란과 지속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며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을 순방했을때도 노린코의 허시아오동 부회장을 동행해 노린코에 대한 제재조치 해제를 위해 노력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미국은 노린코를 제재기업 명단에 여전히 포함시켜 놓고 있으며 미국산 기술 구매는 물론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 시키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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