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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뿌리' 백범에서…주홍글씨였던 순사 이미지 없애나

중앙일보

입력

민갑룡 경찰청장(동상 왼쪽)과 김미 김구재단 이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경찰 기념식에 앞서 백범 김구 선생 흉상 제막식을 하고 있다.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이다.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동상 왼쪽)과 김미 김구재단 이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경찰 기념식에 앞서 백범 김구 선생 흉상 제막식을 하고 있다.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이다.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제100주년 임시정부 경찰 기념식’이 개최됐다. 앞서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소를 참배한 민갑룡 경찰청장 등은 경찰청 1층 로비로 이동해 김구 선생 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김구 재단 김미 이사장과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김형오 회장 등이 함께했다. 흉상 밑단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 등이 새겨졌다.

경찰은 지난해 4월부터 경찰역사 복원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 태스크포스(TF)팀도 꾸렸다. TF팀 활동을 통해 중국 상해 임시정부에서도 경찰 조직운용이 활발히 이뤄졌다는 사실을 발굴해냈다. 지금까지 확인된 임시정부 경찰만 111명(변절·월북자 13명 미포함)에 이른다. 중심에 김구 선생이 있다.

일본 순사가 '동양친화', '내선일체' 사상을 강조하며 징용을 독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순사가 '동양친화', '내선일체' 사상을 강조하며 징용을 독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순사 대변되는 친일 이미지 지우기 

경찰이 이처럼 뿌리 찾기에 팔 걷은 이유는 일본강점기 순사로 대변되는 ‘친일=경찰’ 이미지 등을 지우기 위해서다.
실제 민 청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순사 이미지는 오랜 시간 대한민국 경찰을 짓눌러 온 주홍글씨였다”며 “광복 이후 친일 경찰의 부정적 이미지는 정부를 새로 조직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은) 사회 혼란기와 민주화 과정에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과오들로 국민을 실망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상해 임시정부를 경비하는 경위대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상해 임시정부를 경비하는 경위대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광복 이후 경찰 투신 독립운동가 51명 

독립운동가 중 광복 이후 경찰에 투신한 인물은 51명이라는 게 임시정부 TF팀의 설명이다. 지난 3월 일제시대 때 중국에서 광복군 공작원으로 활동하고, 광복 이후에는 26년간 부산지역에서 경찰관으로 재직한 김영진(91)옹의 생존이 확인되기도 했었다. 경찰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 활동 종료 예정인 TF팀을 경찰역사를 전담하는 정식 조직으로 편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제73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주독립의 정신과 애국안민의 척도로 임하라’는 ‘민주경찰’ 창간호에 기고한 김구 선생의 당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경찰 정신의 뿌리가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17년 열린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모습. [중앙포토]

2017년 열린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모습. [중앙포토]

1945년 미군정 산하 경찰 뿌리 부정? 

하지만 일각에서는 1945년 미군정(美軍政) 산하 경무국 창설일부터 시작한 경찰의 뿌리를 부정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해 10월 21일 조병옥 박사가 경무국장으로 취임했는데, 1957년 당시 내무부는 이날을 ‘경찰의 날’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경찰의 날은 16년 뒤 국가 기념일로까지 지정됐다. 현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찰도 이에 맞춰 26년 전 임정으로 뿌리 찾기가 거슬러 올라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뿌리라는 개념은 정치적인 개념이 결코 아니다. 임시정부 경찰 기념식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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