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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김정은 친서 판문점서 직접 받아…한국 패싱 심상찮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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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고 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고 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미국의 고위 관리가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에게서 직접 건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관련 사정에 정통한 국내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미 국무부 소속 고위 관계자가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 소식통은 “이 과정에서 친서가 전달됐고, 이후 워싱턴으로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매달 고위급 접촉 #청와대 "사전 공유" 됐다지만 北은 남측 비난 #"'선미후남(先美後南)' 국면, 일희일비 말아야"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전날(8일) 김 위원장한테서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면서 “인편(hand-delivered)으로 받았으며 (북·미 간 소통하는) 전통적인 시스템이 있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북·미 실무 협상이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으론 북·미 간 접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트럼프-김정은 회동 이후 지난달 중순에는 앨리슨 후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 실무협상 의지를 재확인하고 6.30 판문점 회동 당시의 양국 정상 사진을 교환한 바 있다. 여기에 이달 초 '친선 외교'로 추가 만남이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한 달에 한 번꼴로 북미 간 대면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북·미 간 접촉은 한국을 배제한 직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미 간 정보라인보다는 외교 채널을 통한 접촉이 활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하노이 회담 이후 북측의 대미 창구가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바뀐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비핵화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이 북·미 대화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가 전달됐다는 것을 미국 측으로부터 사전에 전달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에 공개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까지 알고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는) 단거리 미사일 훈련에 대한 약간의 사과(small apology)도 있었으며,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날 때까지 이것(단거리 미사일 발사)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ㆍ미 연합훈련을 “말도 안 되고 비싸다(ridiculous and expensive)”고 표현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현재로서 한국의 외교가 북·미 양쪽에 이득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어렵더라도 (북·미) 대화 초기에 (한국 정부가) 북·미가 원하는 것을 양쪽에 정확하게 전달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은 북한이 한·미 훈련을 빌미로 신무기체계 실험을 하는 '선미후남(先美後南)'의 시기"라며 "한국 정부가 일희일비하기보다 차분하게 북한과 대화할 시기를 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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