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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폭력배·깡패정권"···홍콩영사 사진 유출에 외교전 비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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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AP=연합뉴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AP=연합뉴스]

국무 대변인, 중국이 폭력배 정권이냐에 "내가 그렇게 세 번 말했다" 

모건 오르태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8일(현지시간) 홍콩 영사와 시위 주도자들과 만나는 사진과 신상정보가 유출된 데 대해 중국 정부를 향해 "폭력배 정권이나 하는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중국 외교부가 "홍콩에 대한 간섭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항의한 데 대해선 "반대파 시위대를 만난 건 일상적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중국의 나머지 대미 수출 3000억 달러에 대한 10% 관세→달러당 7위안 돌파→환율 조작국 지정으로 이어진 무역·통화전쟁이 홍콩 반정부 시위를 둘러싼 외교전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무역·환율전쟁, 홍콩시위 외교전 번져 #대변인 "美외교관 자녀 이름까지 누설, #책임있는 국가가 하는 행동이 아니다" #美영사, 야당 지도자와 대학생 접촉후 #회동 사진, 신상정보까지 인터넷 유출

오르태거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이 미국 홍콩영사의 시위대 접촉에 공식 항의를 해 왔느냐"는 질문에 "미국 외교관의 개인정보와 사진, 자녀의 이름까지 누설하는 것을 공식적인 항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폭력배 정권(thuggish regime)이나 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책임 있는 국가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미국 외교관 누구의 개인정보라도 누설하는 행동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은 항의가 아니며 폭력배 정권이 하는 짓이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외교관들은 홍콩·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대사관이 있는 모든 나라에서 정부의 관리뿐 아니라 야당 시위대와도 만난다"며 "우리 외교관은 할 일을 한 것이며 우리는 그녀의 일에 대해 칭찬한다"고 강조했다.

오르태거스 대변인은 홍콩이 다르게 운영되긴 하지만 중국의 일부이기 때문에 내정 간섭이란 중국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것은 미국 외교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외교관들도 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는 중국 측의 공식 항의가 없었다는 얘기냐는 데는 "공식 항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내 요점은 중국이 공식 항의를 제기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미국 외교관을 괴롭혔다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오르태거스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폭력배처럼 행동했다고 했는데 중국을 깡패 정권이라고 부른 것이냐는 확인 질문에 "내가 그렇게 세 번 말했다"고 답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자국 영사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하고, 중국을 폭력배 정권, 깡패 정권이라고 확인사살까지 한 셈이다.

중국 언론에 보도된 홍콩 시위주도자와 美영사 만남 장면. [홍콩 매체 대공보 캡처=연합뉴스]

중국 언론에 보도된 홍콩 시위주도자와 美영사 만남 장면. [홍콩 매체 대공보 캡처=연합뉴스]

앞서 이날 홍콩 친중국 매체인 대공보(大公報)와 문회보(文匯報) 등은 지난 6일 5시 30분쯤 홍콩 JW메리어트 호텔 로비에서 미국총영사관 소속 정치부문 책임자가 홍콩 반정부 시위대 지도부와 만나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됐다며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여성 영사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 지도자인 조슈아 웡, 네이선 로 등 야당인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지도부와 홍콩대학 학생회 간부들과 만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여성 영사는 시위 주도자들을 데리고 호텔 객실로 가서 고위 인사를 몰래 만나려고 했다고도 신문들은 전했다.

이후 조슈아 웡은 7일 홍콩 주재 미국 영사와 만난 사실을 인정하고 “홍콩 제재를 위한 ‘홍콩인권민주법안’ 관련 내용과 미국이 홍콩 경찰에 (시위진압) 장비를 수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특파원 공서(公署)는 성명을 통해 “공서 책임자가 이날 미국 영사관 고위 관리와 긴급 회담을 갖고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홍콩 시위 주모자를 접촉한 사안에 대해 중국은 미국 측에 강력한 불만과 반대를 표했고, 미국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주권과 안보,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수호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어떤 국가나 조직, 개인이 어떤 형식으로든 홍콩 사안에 간섭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라고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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