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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경찰, “아베, 물러가라” 시민 격리…경찰 감독자 “중립성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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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유세 현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야유성 발언을 한 일본 시민을 경찰이 격리한 것에 대해 경찰 감독기관 책임자가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6일 고바야시 히사요 홋카이도 공안위원회 위원장은 "경찰의 중립성에 의문을 품게 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경찰 감독기관인 도 공안위원회의 책임자가 직접 '경찰의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고바야시 위원장은 이날 도의회 총무위원회에서 야마네 마사히로(山根理広) 민주·도민연합 소속 도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유세현장에서 경찰이 시민을 격리한 사건 발생 후 지난 7월 17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홋카이도 경찰 당국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며 "경찰 직무집행의 중립성에 의문을 품게 한 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 경찰에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과 도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것, 불편부당하고 공평하게 직무를 수행하도록 지도했다"고 답변했다.

지난 7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선거 유세 현장서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는 남성. [트위터 캡처]

지난 7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선거 유세 현장서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는 남성. [트위터 캡처]

경찰의 시민 격리 사건은 지난달 15일 삿포로시 주오구 JR삿포로 역 근처에서 일어났다. 자민당 공천 후보 지원 연설을 하는 아베 총리를 향해 한 남성이 "아베야메로(止めろ·물러나라)"라고 외쳤다. 유세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시선이 남성에게 쏠리자 사복 경찰 5~6명이 이 남성을 연설장에서 떨어진 곳으로 격리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시민을 격리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고, 영상은 SNS를 통해 확산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남성뿐만 아니라 "증세 반대"를 외친 여성 유권자도 경찰에 의해 강제로 이동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지난달 17일 도쿄에 사는 한 남성이 삿포로 지검에 이 사건을 고발했다. 그는 경찰관들의 행위가 특별공무원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도의회 총무위원회에서는 경찰관들에 대한 고발 사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야마기시 나오히토 도 경찰본부장 등 도 경찰 간부들은 "고발장이 제출된 사안이라 답변을 자제하겠다"며 시민 격리에 대한 근거에 답하지 않았다.

도 경찰 당국은 이번 논란에 대해 지난달 16일 "트러블 방지와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자유방해' 위반에 해당할 우려가 있었다"며 시민 격리 이유를 해명했으나, 다음 날인 17일에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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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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