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4사 파업… 현대차 8600명 출근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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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헌절 연휴를 이용해 여름휴가를 가려던 이정원(41)씨는 수리를 맡긴 차량을 연휴가 끝난 뒤에나 찾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발을 굴렀다.

지난달 말 서울 K직영점에서 신형 아반떼를 계약한 김모(43)씨는 "두 달 이상 출고가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업점마저 일을 안 해 언제 차를 받을지 불안하다"며 "계약을 해지해 다른 차를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의 직영 판매.정비 부문이 14일 전면 파업해 자동차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6000여 명의 판매직 노조원과 2600여 명의 정비 노조원은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파업 사실을 모른 채 서비스센터와 영업점을 찾았던 고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대차의 전국 직영 정비소에선 하루 3000여 대의 차량을 수리한다. 현대차 국내 판매량의 55%를 차지하는 직영 영업소는 하루 1000대 이상의 차량을 주문받는다. 파업을 하는 곳은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기아자동차.GM대우.쌍용자동차 노조도 이날 속속 파업했다.

지난달 26일부터 2~4시간씩 부분 파업을 해 온 현대차 노조는 13일 야간조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파업에 따른 매출 손실액이 8000억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날 기존 제시안인 임금 6만500원(기본급 대비 4.4%) 인상과 성과급 100%, 생산성 격려금(100만원) 이외에 ▶추가 격려금(50만원) 지급▶단일호봉제라는 타협안을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임금 9.1% 인상과 완전 월급제를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다음주부터 파업 강도를 더 높이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도 18~20일 전남 광주공장, 경기도 화성.소하리 공장 순으로 2시간씩 부분 파업을 하기로 결의했다.

기아차 노사는 임금 인상을 놓고 5월 24일부터 9차례에 걸쳐 협상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파업을 하지 않았던 GM대우 노조도 최근까지 진행된 임금협상에서 진전이 없자 이날 하루 4시간의 부분 파업을 했다.

쌍용차 노조도 임단협을 둘러싼 이견으로 이날 오후 사업장별로 2~3시간의 부분 파업을 했다. 노조는 10.5%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회사 측은 경영 위기라 임금 동결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환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자동차 4사가 모두 파업을 벌여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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