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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브로커' 고용 소개비 나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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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법조 브로커 김홍수(58.수감 중)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14일 김씨의 수첩에서 확보한 수십 명의 법조인 중 일부가 강남의 고급술집에서 정기적으로 향응을 받았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서울 삼성동 G유흥주점, 압구정동 D유흥주점 등에서 관련 장부를 찾아내고 이들 술집 종업원 등을 상대로 술자리의 성격과 향응 액수를 조사 중이다. 김씨의 수첩에는 전.현직 판사 25명, 검사 20여 명, 검찰수사관 20여 명, 경찰 16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5일에 한번은 수백만원 술 접대"=김씨에게 대가성 있는 접대를 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된 전직 검찰수사관 C씨의 경우 지난해 초 5일에 한번꼴로 G유흥주점을 찾았다. 그는 한 병에 150만원이 넘는 술을 대접받곤 했다. C씨의 재판기록에는 지난해 1월~5월 초 14차례에 걸쳐 2000여만원어치 공짜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판검사와 경찰들도 G유흥주점에 수시로 들러 김씨 이름을 대고 공짜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 이란산 카펫으로 로비◆ =검찰 등에 따르면 김홍수씨는 서울 강남에 카펫.가구 수입업체인 S무역을 운영했다. 김씨는 전시장에 진열된 이란산 카펫이나 전등 등을 싼값에 팔거나 선물로 주어 환심을 사는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김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된 한 경찰은 김씨가 파는 카펫이 고급이란 사실을 알고 김씨에게 "양탄자 한 개 가졌으면 좋겠다"며 2000만원짜리 카펫을 한 달 동안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가 운영하는 S무역의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김씨의 전직 운전기사는 "한 달 매출은 많아야 1억원 정도였다. 매출이 5000만원이 안 되는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물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김홍수씨와 S무역은 이란업체에 3만5000달러(약 3600여만원)의 물품대금 및 연체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주변 인물 중에는 사건 청탁자였다 김씨에게 사건을 물어오는 '새끼 브로커'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김씨는 과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2002년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냈다가 김씨에게 청탁해 구속을 면한 허모씨는 평소 다니던 유흥주점 주인의 남편이 마약 문제로 체포되자 김씨를 소개했다. 허씨는 "김 회장(김홍수)이 내가 구속됐을 때 담당 검사에게 청탁해 석방된 적이 있다. 3000만원을 주면 구속되지 않게 해주겠다"고 말하고 받은 돈 2000만원 중 1000여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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