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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제외한 단체협약은 무효".. 광주지법 판결

중앙일보

입력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다른 법정수당 감소에 영향을 줬다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단체협약에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기로 합의했더라도 무효라는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전경. [뉴스1]

광주지방법원 전경. [뉴스1]

광주지법 제11민사부(김승휘 부장판사)는 지난 5일 광주기독병원 직원 471명이 병원 측을 상대로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정근수당, 봉급조정수당을 포함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광주기독병원은 직원에게 미지급한 법정수당 약 8억원을 주라고 했다.

광주기독병원 직원들 "상여금 때문에 다른 수당 줄어" #병원측 "상여금 통상임금 맞지만 단체협약으로 제외" #법원,"광주기독병원 직원 471명에 약 8억원 지급해야"

"통상임금 포함 안 되면서 다른 법정수당 줄어"

광주기독병원 노사는 2014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맺은 단체협약에서 정기상여금, 정근수당, 봉급조정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다. 병원은 이 단체협약에 따라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기·일률·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 병원 직원들이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는 정기상여금 등은 정기·일률·고정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병원 측은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은 맞지만, 노사가 '단체협약'이란 합의를 통해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병원 측이 법에 어긋난 단체협약을 내세워 각종 법정수당을 줄여 지급했기 때문에 차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한다고 맞섰다.

양측 모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봤지만, 단체협약과 근로기준법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 등 각 수당은 정기·일률·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인정받지 못한 신의성실의 원칙

병원 측은 직원들 요구대로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해 법정수당을 지급한다면 재정 압박이 커져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추가 임금 지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통상임금 소송 중 사용자 측의 주요 논리로 등장했다.

이번 재판에서 병원측도 노동자 또한 사용자의 경영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광주기독병원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따져봤을 때 8억원으로 경영난을 겪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내세운 단체협약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원칙적 무효"라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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