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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납치, 대사관 폭탄 공격 … 헤즈볼라 지도자, 장남 잃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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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82년 설립된 '알라의 당' 시아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뼈아픈 기억과 상처만을 남겨줬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규군보다 더욱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교란해 왔다. 1994년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차량 폭탄공격 등 해외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주도해 왔다. 이스라엘은 93년과 97년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섰지만 허사였다. 이스라엘은 결국 2000년 레바논 남부 완충지대에서 굴욕적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에는 헤즈볼라가 2년여 억류해온 이스라엘 사업가와 3명의 군인유해를 받기 위해 400여 명의 아랍권 수감자를 레바논으로 보내야 했다.

이 때문에 국경을 넘어 병사 2명을 납치하고 8명을 살해한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은 '전쟁 행위'로 규정하면서 '헤즈볼라 분쇄'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의 대치 상황을 종식할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헤즈볼라의 영향력 약화를 위해 2004년 테러단체로 지목했다. 2004년 9월에는 "시리아 내 모든 외국계 민병대의 철수 및 해체"를 규정하는 유엔 결의안 1559호를 이끌어냈다. 유엔 결의안에 따르지 않는 헤즈볼라에 대한 강제 무장해제라는 명분도 있다. 여기에 이란과 시리아를 압박한다는 포괄적 의도도 담겨 있다. 핵무기 개발, 테러 지원 의혹을 사는 이들 두 국가가 헤즈볼라의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450만 레바논 인구 중 3분의 1인 150만 명의 지지를 받는 헤즈볼라를 무력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4명의 국회의원과 장관 1명을 배출했을 정도로 헤즈볼라는 레바논 내 강력한 기반을 구축한 상태다. 더욱이 97년 이스라엘군과 교전 도중 장남 하디를 잃은 헤즈볼라의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원한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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