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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A/S]조은누리 찾은 영웅 '달관이'···특진커녕 특식도 못주는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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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누리양 생환 일등공신 달관이 포상하라" 여론 #한우 특식·일계급 특진·에어컨 설치 요구 봇물 #군견은 계급 없어 특진 대상 아냐…특식도 어려워 #박상진 원사 "정량 식사 원칙…공놀이·간식 포상" #달관이 표창 가능성은 높아…32사단 검토 중

"꽃등심 한 그릇 특식 사주세요.(hjy-****)"

"보양식 먹이고 휴가 보내줘라.(gyql****)"

"달관이 진급시켜라.(kh87****)" 

5일 오후 조은누리양 발견 장소 수색을 마치고 내려온 박상진 원사(왼쪽)와 김재현 일병이 군견 달관이와 계곡 입구에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5일 오후 조은누리양 발견 장소 수색을 마치고 내려온 박상진 원사(왼쪽)와 김재현 일병이 군견 달관이와 계곡 입구에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군견 '달관이'가 연일 화제입니다. 달관이는 지난 2일 오후 충북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의 한 야산에서 열흘 동안 실종됐던 조은누리(14)양을 찾았습니다.
달관이의 활약상이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일등공신 정찰견 달관이의 일계급 특진과 함께 훈장 부여, 특식을 주자. 견사에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는 등 포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휴가를 보내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비록 동물이지만 사람을 구한 공에 걸맞은 대접을 해달란 얘기입니다. 누리꾼들의 이런 간청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군견은 계급이 없어 진급 대상이 아닌 데다 훈장을 받은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사료 섭취량은 하루 2끼로 제한돼 있고, 이마저도 군견의 몸무게에 따라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군에서 납품하는 전용 사료만 먹기 때문에 외부에서 반입한 음식을 주지 못합니다. 군 관계자들은 상징적 의미의 표창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달관이 "사료로 하루 2끼 식사, 700g 제한"

2일 조은누리양을 최초 발견한 육군32사단 박상진 원사. [연합뉴스]

2일 조은누리양을 최초 발견한 육군32사단 박상진 원사. [연합뉴스]

달관이는 7년생 셰퍼드로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입니다. 지난 2일 오후 2시40분쯤 박상진(44) 원사와 핸들러 김재현(22) 일병과 함께 수색에 나선 지 나흘 만에 바위에 기대앉은 조양을 발견했습니다. 이때 달관이는 제자리에 앉아 '보고' 자세를 취했다고 합니다. 보고 자세는 군견이 은신 중인 적을 발견했을 때 취하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훈련과정에서 이런 임무를 완수하면 군견과 호흡을 맞추는 핸들러는 그때마다 육포 등 간식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우·삼계탕 특식’ 포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박 원사는 “몸무게가 37㎏~40㎏ 사이의 달관은 사료 섭취량을 아침·저녁으로 두끼, 양은 700g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그 이상 먹게 되면 살이 쪄서 훈련과 작전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육류 등에 맛을 들인 군견은 적에게 포섭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 원사는 “군견은 훈련 1시간 전후로 음식을 절대 주지 않는다. 훈련 직전 음식을 먹으면 위가 뒤틀려버려 군견이 죽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견은 규정상 군에서 납품하는 사료만 먹고 있습니다.

군견 관리자들은 통상 군견에게 특식 보상보다는 임무를 완수했을 때 공놀이를 해주거나 육포 등 간식으로 보상해준다고 합니다. 박 원사는 “대항군을 찾는 등 수색 임무를 완수했을 때 공을 물고 뜯거나 줄다리기를 하는 등 놀이를 해준다”며 “‘앉아·기다려·와·따라’ 등 기본 복종훈련을 따랐을 경우 달관이 좋아하는 육포 등 간식을 준다”고 설명했다. 군은 군견 한 마리당 분기별로 간식비 6만5000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 원사는 “굳이 포상하자면 달관이가 사는 견사에 에어컨을 설치해 쾌적하게 여름을 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군견, 견번은 있지만, 계급은 없어…특진 어려워

군견 달관이는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군견 달관이는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군견은 태어난 지 한 달 안에 견번을 받습니다. 군 장병에게 부여하는 군번과 같은 개념인데, 따로 계급을 부여하진 않습니다. 달관이의 견번은 ‘13-ⅩⅩⅩ’입니다. 앞에 붙은 숫자는 견번이 2013년에 부여됐다는 뜻입니다. 달관이는 2012년 12월에 군견 교육대에서 태어났습니다.

달관이는 2013년 군견 교육대에서 20주간 교육을 받고, 그해 11월 정찰견 임무를 받아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습니다. 박 원사와는 지난해 12월부터 호흡을 맞췄습니다. 정찰견은 땅속이나 나무에 숨은 적을 찾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적이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도 찾습니다. 박 원사는 “ ‘달관’이란 이름은 달관이의 부모 이름의 초성을 하나씩 따서 훈련소에서 지은 것으로 안다”며 “견번은 있지만, 계급은 따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원사의 설명대로라면 계급이 없는 달관이의 일계급 특진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달관이는 하루 4시간씩 기본훈련을 합니다. 핸들러와 같이 걸어가며 적을 찾는 도보 동반 훈련, 주어진 구역을 수색해 사람을 찾아내는 자율 수색 훈련입니다. 2~3일 훈련을 거르면 다시 기량을 높이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매일 훈련이 진행됩니다.

포상 휴가도 없는 달관이…표창 가능성은 열려

실종 10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조은누리양(14)이 2일 들것에 실려 충북대학교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실종 10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조은누리양(14)이 2일 들것에 실려 충북대학교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군에 따르면 달관이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무공훈장을 받은 군견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사태 때 공을 세운 ‘린틴’과 1990년 제4땅굴 소탕 작전 때 자신의 몸으로 지뢰를 터뜨려 1개 분대원의 생명을 구한 ‘헌트’ 둘뿐입니다. 이들 군견은 전시에 준하는 작전에 투입돼 공을 세운 것으로 조양 사건처럼 실종 사건은 아닙니다.

포상 휴가 역시 매일 훈련을 해야 하는 군견 특성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 원사는 "군견에게 포상 휴가는 따로 없다. 군견병이 휴가를 가면 다른 군견병이 달관이를 훈련하는 방식으로 매일 훈련을 진행한다"며 "달관이는 군견 보수교육에서 3차례나 최우수 군견으로 선정되는 등 정찰 능력이 뛰어난 군견이다. 휴가를 주면 금방 도태된다"고 말했습니다. 군견은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9년~13년까지 임무를 수행합니다. 7년 차인 달관이는 최소 2~3년은 수색 현장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달관이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불이 났을 때 진화에 도움을 준 견공 ‘가을이(3년생)’가 그렇습니다. 가을이는 군견은 아니지만, 영업이 끝난 시장 내 횟집에서 불이 난 것을 알아채고 크게 짖어 대형참사를 막았습니다. 광주 북부소방서는 가을이의 공로를 인정해서 사료와 함께 표창장을 전달했습니다. 만약 군이 조은누리양 실종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한 달관이에게 포상을 준다면 표창 가능성이 큽니다. 육군 32사단 관계자는 "달관이에게 포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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