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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민원인 '맘에 든다' 카톡 보낸 경찰 징계 마땅, 수사까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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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순경이 여성 민원인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순경이 여성 민원인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온 여성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마음에 든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낸 현직 경찰관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내부 징계는 마땅하나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건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경찰은 고민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내사 착수 #"정식 입건 안해…법률 검토 후 징계" #'개인정보 악용 범죄' vs '처벌은 가혹' #법조계 "현행법 적용 무리" 의견도

전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일 "공무 중 알게 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여성 민원인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낸 고창경찰서 A순경을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내사는 사건의 범죄 혐의점 유무를 가리기 위해 첩보를 모으고 법률 검토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하는 수사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A순경은 지난달 17일 오후 5시 30분쯤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고창경찰서를 찾은 B씨의 전화번호로 호감을 표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B씨에게 카톡을 통해 "아까 국제운전면허증 발급해 준 사람이에요ㅎㅎ" "마음에 들어서 연락하고 싶어서 (연락)했는데 괜찮을까요?" 등의 말을 했다. B씨 남자 친구가 이튿날(7월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경찰서 민원실 심각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B씨 남자 친구는 해당 글에서 "여자 친구가 하도 어이없는 상황을 겪어서 글을 올린다"며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사적으로 이용해도 되는 거냐"며 분노했다. 그는 "메시지를 받는 순간 여자 친구가 너무 불쾌해했고, 저 역시 어이가 없었다"며 "아주 심각한 개인정보보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누설 또는 권한 없이 처리하거나 타인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B씨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는 집 주소까지 (서류에) 적었는데 찾아오는 건 아닌지 매우 두려워한다"며 A순경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전북경찰청은 "A순경의 행동을 '공무원의 품위 위반'으로 규정하고 부서 이동과 징계 절차를 밟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면 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A순경은 민원인과 접촉하지 않는 내근 부서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보름이 넘도록 수사 진행 여부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A순경의 행위가 공무원의 품위를 위반한 것이어서 징계 사유에는 해당하지만, 아직 법률 검토 중이어서 (A순경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지는 않았다"며 "내사 결과를 보고 징계 등 후속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반드시 처벌해야 공무원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엄벌론과 "A순경의 행위는 부적절하지만, 한 것에 비해 너무 가혹한 대가를 치러서도 안 된다"는 동정론이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A순경에 대한 징계 필요성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형사법적으로 문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사무소 '한서'의 이덕춘 대표변호사는 "해당 경찰관이 민원인에게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내 협박하거나 공포심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수사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며 "경찰관 복무 규정 위반으로 징계하는 게 적당한 것 같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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