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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9곳·부산 1곳 자사고 다 탈락…학교측, 줄소송 예고

중앙일보

입력

2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서울과 부산 지역 자사고 10곳의 지정취소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2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서울과 부산 지역 자사고 10곳의 지정취소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9곳과 부산 해운대고 등 10개 학교의 자사고 지위가 최종 취소됐다. 이로써 서울 자사고는 현재 22곳에서 13곳으로 줄었고, 부산·경남지역은 자사고가 아예 없어졌다.

교육부 "시·도 교육청 평가 적법하고 적정해 동의" #학교측 "교육당국 결정은 부당. 법에 호소할 것"

교육부 박백범 차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서울·부산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신청에 대한 교육부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는 총 10곳으로, 이중 서울의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곳과 부산의 해운대고는 시·도 교육청의 평가에서 기준점 미달로 탈락했다. 서울 경문고는 자발적으로 자사고 지위 취소를 신청했다. 교육부는 전날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특수목적고 지정위원회'를 열고 이들 학교의 자사고 지위 취소 여부에 대해 최종 심의했다.

이날 박 차관은 "지정위 심의 결과, 서울·부산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절차와 내용이 적법하고 적정하게 진행됐음을 확인했다"며 "교육부는 이들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이 탈락시킨 8개 자사고는 그간 시교육청이 평가지표를 평가 직전에 바꿔 고지한 사실을 들어 "절차상 부당하고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왔다. 교육부는 "관련법상 교육감이 평가지표를 사전에 고지할 의무가 없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바뀐 평가지표 역시 2014년의 지표와 30개 항목이 같고 신설된 내용은 2개에 불과해, 학교측이 예측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측은 서울교육청이 ▶학교폭력예방 근절 노력 ▶학교업무 정상화와 참여 소통 협력 학교 문화 조성 등을 재량평가한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이는 서울교육청이 2015년부터 모든 학교에 자체평가 지표로 활용해온 것으로, 적법하고 타당한 평가"라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학교들이 건학 이념과 자사고 지정 취지를 반영한 특성화 교육프로그램 운영, 교육과정 다양성 확보 노력이 부족하다는 교육청 평가도 적정했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고는 부산교육청의 자사고 평가에서 54.5점을 받아 기준점(70점)에 미달했다. 학교측은 교육청이 평가 계획은 사전에 안내하지 않아 법률불소급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법률불소급 원칙은 적법한 행위에 대해 추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입법 원칙으로, 자사고 평가와 무관하다"며 학교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해운대고가 2015~16년 2년간 법인전입금을 미납했고, 기간제 교원이 24명으로 정규교원 23명보다 많다는 점을 들어 학교 운영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해운대고는 현재 지역 자사고로 운영되고 있으나, 당초 상산고·민사고처럼 '원조 자사고'로 출발한 만큼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해운대고는 2009년 이후 지역자사고로 운영돼왔고, 2010년부터 학교 사회통합전형으로 20%를 선발하겠다는 모집 요강을 스스로 정해 교육청에 신청했다"며 학교 측 주장을 반박했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시·도 교육청이 5년마다 평가해 기준점에 미달하면 자사고 지위를 취소할 수 있다. 교육부가 교육청의 결정에 동의하면 자사고 지위는 최종적으로 박탈되고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부 결정에 서울교육청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기 위한 고교체제 개선이 이뤄져 초·중등 교육이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 자사고 지정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국 자사고 지정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해당 자사고들은 반발했다. 전흥배 서울 숭문고 교장은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평가는 부당하고 불공정했으며, 평가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됐다"며 "교육부가 이런 명백한 오류를 바로잡지 않고, 교육청의 평가 결과에 동의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박우상 해운대고 교감은 “객관성을 상실한 평가지표로 해운대고의 자사고 지위를 취소한 부산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고 교육부 결정에 불복해 즉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목 전국자사고연합회장(전 중동고 교장)도 "서울 8개 자사고는 즉각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에 돌입할 것이고, 감사원에 서울교육청 평가에 대한 감사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교육청이 5년마다 시행하는 자사고 재지정평가의 본래 취지는 학교 운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학생·학부모에게 제공하고 좀더 나은 교육과정 운영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청·교육부가 재지정평가를 무기삼아 정치적 논리로 학교의 존립을 뒤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결국 법에 따라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부산=박형수·이은지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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