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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지원, 혼밥 교실…1인 복지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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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구로구는 혼자 사는 20~30대 청년들을 위한 요리 교실인 ‘혼밥교실’을 열었다. [사진 구로구]

구로구는 혼자 사는 20~30대 청년들을 위한 요리 교실인 ‘혼밥교실’을 열었다. [사진 구로구]

충남 서산에 사는 이종훈(29)씨는 지난 4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취업했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서울에 새집을 구해야 했지만 모아둔 목돈이 없었다. 월세집은 구했지만 50만~60만원 수준인 부동산중개 수수료도 큰 부담이었다. 이씨는 서울 신림동에 월세집을 얻었는데, 관악구청 홈페이지에서 1인 가구 대상으로 중개 수수료를 할인해준다는 공고를 봤다. 이씨는 “수수료 50만원 중 20만여원만 지불했다. 월급이 적은 편이어서 푸짐한 혜택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 1인 가구 맞춤형 복지 #관악구 2030 부동산중개료 감면 #구로구 삼시세끼 남성요리교실 #양천구 여성 가구 방범도구 지원

이씨처럼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2000년 말 222만 가구에서 지난해 10월 578만8000가구로 급증했다. 서울에 사는 1인 가구 증가율은 더 가파르다. 2000년 50만2245명에서 2015년엔 두 배 수준인 111만5744명으로 늘었다.

거주 형태가 급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사업도 초점이 바뀌고 있다. 기존 2~4인 가구 중심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섬세한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서대문구에서는 올해부터 ‘대학생 이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혼자 사는 대학생이 서대문구나 인근 마포·은평구로 이사할 때 신청할 수 있다. 주민등록등본·학생증·이사계약서를 준비해 구청에 신청하면 1t 화물트럭과 이사를 도와주는 공공근로 인력 2명을 무료로 지원해준다.

서울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관악구(53%)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깎아준다. 관악구로 전·출입하는 만 19~29세 청년 1인 가구가 대상이다. 전세 기준 5000만원 이하의 임대차 계약은 중개 수수료율을 0.5%에서 0.4%로 깎아준다. 5000만원 초과 7500만원 이하면 0.4%에서 0.3% 낮아진다. 이씨처럼 근린생활시설(수수료율 0.9%)에 입주해도 전세 5000만원 이하면 0.4%를 적용받는다. 이렇게 되면 20~55% 할인 혜택을 받는 셈이다. 구청이 제안하고 공인중개사 업주들이 적극 협조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끼니를 대강 때우거나 요리에 미숙한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구로구는 올 초 혼자 사는 20·30대를 대상으로 ‘영양 가득 한 그릇 혼밥 요리교실’을 개설했다. 중년 1인 가구를 위한 ‘삼시세끼 남성 요리교실’도 함께 운영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강의할 때마다 5000원을 내면 새싹비빔밥·파스타같이 간편한 요리를 배울 수 있다. 은평구청은 지난해 청년을 위한 공용 시설인 ‘새싹 공간’에 공유부엌을 열었다. 공용 냉장고·전자레인지·인덕션 등이 제공된다. 혼자 지내는 이들이 방문해 같이 같이 요리를 하고 식사하며 어울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인 가구 증가는 쓰레기봉투 용량도 바꿨다. 관악구에선 이달부터 3L짜리 종량제 봉투를 판매한다. 은평·성동구는 올 초에 5L짜리 봉투를 내놨다. 종량제 봉투는 그동안 20L들이가 가장 작았다. 하지만 혼자 살면서 쓰레기를 자주 버릴 일이 없어 실내에서 냄새가 나거나 날벌레가 생기는 등 불편함이 컸다.

홀로 지내는 여성의 안전을 위해 방범 도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양천구와 관악구는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에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SS존(Safe Singles Zone)’을 시범 운영 중이다. 여성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순찰을 강화하고, 현관문 보조키·문 열림 센서 등 방범 도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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