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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와인 1병에 4900원···정용진의 초저가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마트 바이어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으로 선정된 제품을 들고 있다. 이 제품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품질의 상품에 비해 가격은 30~60% 가량 저렴하며, 한번 가격이 정해지면 가격이 바뀌지 않는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 바이어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으로 선정된 제품을 들고 있다. 이 제품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품질의 상품에 비해 가격은 30~60% 가량 저렴하며, 한번 가격이 정해지면 가격이 바뀌지 않는다. [사진 이마트]

#. 4900원. 이마트가 수입해 판매하는 와인 1병의 가격이다. 4900원 와인의 비밀은 물량에 있다. 기존 단일 품목 와인의 평균 수입량은 3000병 기준이다. 행사상품의 경우 제품당 2만~3만병 정도를 수입해 판매한다. 이마트 측은 병당 5000원 이하의 초저가 와인을 내놓기 위해 제품당 100만 병을 수입하기로 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마트는 초저가 와인을 수입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칠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명 와인 산지의 와이너리와 접촉했다. 100만 병 공급이 가능한 10여 가지 와인을 선별해 소믈리에와 바이어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최종 제품이 선정됐다. 이번에 선보이는 와인은 칠레 보데가스아귀레와 스페인 보데가스밀레니어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이마트가 초저가 승부수를 던졌다. e커머스의 등장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로 마트를 떠난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올해 초 정용진 부회장이 밝힌 스마트한 초저가 상품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8월 1일부터 선보인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중간은 없다. 최고급이나 초저가로 승부를 건다”고 강조했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은 철저한 원가분석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상시적 초저가 구조를 확립한 상품을 대상으로 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품질의 상품에 비해 가격은 30~60%가량 저렴하며, 한번 가격이 정해지면 가격을 바꾸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1차로 와인, 다이알 비누, 바디워시 등 30여개 상품을 선보인 후 올해 안에 200여 개까지 초저가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상품을 늘려 향후 500여개까지 초저가 상품을 확대키로 했다.

이마트가 상시적 초저가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인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효율적 소비를 하는 ‘스마트 컨슈머’가 등장하는 데다, 국내 유통시장에 온ㆍ오프라인을 막론한 치열한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올 초부터 상시적 초저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고객의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선정한 뒤 해당 상품에 대해 고객이 확실히 저렴하다고 느끼는 ‘상식 이하 가격’을 목표가격으로 설정했다.

이마트가 8월 1일부터 선보이는 상시적 초저가 제품. [사진 이마트]

이마트가 8월 1일부터 선보이는 상시적 초저가 제품. [사진 이마트]

이마트의 초저가 상품의 원가구조 혁신 방법은 5가지다. 우선 압도적인 대량 매입이다. 앞서 언급한 와인이 대표적 사례다. 유통업체는 보통 원가를 낮추기 위해 협력업체로부터 평소와 비교해 5~10배가량의 물량을 추가로 매입한다. 그런데 이번엔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의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을 크게 낮췄다. 4900원짜리 와인은 시세대비 60% 저렴하다. 다이알 비누도 대량 매입으로 약 35%(8개에 3900원) 정도 가격을 낮췄다. 연간 3만 개 정도 팔리던 제품을 연간 50만 개 판매 개런티를 하면서다.

두 번째는 프로세스 최적화다. 제품의 생산에서 판매까지 과정을 세분화한 뒤 각 단계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원가 구조를 혁신했다. 이 방법으로 10일부터 판매되는 식품건조기는 국내 유명 브랜드 대비 55% 저렴한 3만 9800원에 선보인다.

신규 해외 상품도 발굴하고 있다. 피넛 버터의 경우 미국과 중국 대신 세계 2위 땅콩 산지이면서 생산원가 경쟁력이 높은 인도의 신규 상품을 발굴해 기존 상품보다 최대 50% 저렴한 가격에 판다.

또 업태 간 통합매입도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의 초저가 상품인 바디워시는 노브랜드 등 전문점과 관계사 통합 매입 방식으로 80만개를 매입해 시세 대비 50% 저렴한 2900원에 판매한다.

이 밖에 상품의 본질적 핵심 가치에 집중하고 부가기능ㆍ디자인ㆍ패키지 등을 간소화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도 적용했다. 이마트는 오는 9월 기존 브랜드 TV 제품보다 부가기능을 줄이고 가격을 40% 낮춘 일렉트로맨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은 “이번에 선보이는 상시적 초저가 상품은 지난 26년간 이마트의 상품 개발 역량을 총집결한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탄생한 상품”이라며 “앞으로 국내 유통시장에 초저가 상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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