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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시스템' 즉시 가동 재난 대비 훈련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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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재해에 대한 예방.대응.구조.복구를 과학적이고, 합의적이며,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통령 선거공약으로부터 시작된 '소방청' 신설 논의는 정작 현정부가 들어서자 정치적 고려에 의해 잠시 주춤한 바 있다.

이후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는 물론 정서적 혼란을 가져온 대구지하철 사건은 다시금 재해관련 조직 개편을 공론화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야심차게 출범한 '재난방지시스템 기획단'은 반년을 넘어 또 한 번의 '내부 조직개편'만을 거친 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해 화재.붕괴.폭발.해난.환경오염.도로교통 등의 재난으로 인한 사망은 8천8백91명, 재산 피해는 5천2백억여원에 이른다. 21세기는 위험사회로 지칭될 만큼 재난 및 재해는 일상에 다가와 있다. 복합성과 불확실성.응급성.비가역성을 특징으로 한 재난을 어떻게 예방하고, 대응하며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 피해의 강도와 범위가 정해진다. 다시 말해 얼마나 효과적인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구동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해법은 자연재해.인위재해를 구별한 이원적 구조를 갖고 있다. 재난관리법은 사건.사고의 유형만 고려해 일상적 사고로부터 대규모 재해까지 모두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해 개념이 모호한 것이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고 난 후에야 조직과 기구를 신설하고 법령을 제정한다.

그러나 유사형태의 재해 및 재난은 그칠 줄 모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수습체계의 혼란으로 인해 국가의 재난관리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재난관리시스템을 당위론적 측면에서만 다루는 데 기인한다. 상징성을 앞세워 일시적 인기몰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재난관리시스템 구축의 주체가 목적과 방향성을 상실한 채 세포분열을 통한 조직 확대와 권력 수집에 집중한 탓이다.

재난관리는 어렵다. 하지만 반드시 제대로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효과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해 및 재난은 실제 상황이다. 중앙부처는 물론 관련 산하단체.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기관이 재난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각 기관에 대한 권한 및 범위가 명확해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재난관리기능을 실제적으로 수행하고 조정할 수 있는 현장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은 과학기술.사회과학을 총망라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에 뿌리를 둘 때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전문성에 근거한 사전예측과 예방을 통해 일상과 맞닿아 있는 재해와 재난을 제거할 수 있는 뒷받침 조직을 요구한다.

정책 차원의 참여뿐 아니라 구조와 구급, 복구과정에 대한 자발적 국민 참여 역시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즉, 실용적이고 체계적인 치밀한 조직설계가 필요조건이다. 재난관리시스템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정근모 위험통제학회장 호서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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