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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비 5000원 인상해달라”…울산 레미콘 노조 4600명 집회

중앙일보

입력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중인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 조합원 80여 명이 지난 30일 오후 울산시청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중인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 조합원 80여 명이 지난 30일 오후 울산시청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부터 운송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어요. 운송비를 올리지 않으면 월 100만원 벌기도 어렵습니다.”

경기 악화로 운송물량 급감…월수입 150만원 #운송단가 인상해야 생계유지 가능 #레미콘 제조사 “인상안 수용 못해” #지난 1일 노조 408명 계약해지

울산건설기계지부레미콘지회 조합원은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31일 오후 2시 울산시청 앞에서 총파업 결의 대회를 연다. 레미콘지회 조합원 408명을 비롯해 울산·부산건설기계지부 조합원 등 4600명이 집결할 예정이다. 울산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1개 중대 2000명을 동원해 집회 및 교통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장원호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사무국장은 3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측이 노조와 교섭에 일절 응하지 않아 대화 창구가 단절됐다”며 “울산시가 책임 있게 중재에 나서야 그나마 교섭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레미콘 노동자 408명은 지난 1일 사용자 측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레미콘 노동자는 1년마다 사용자 측과 재계약을 맺어 왔다. 울산에 있는 레미콘 제조사는 총 16개다. 장 사무국장은 “레미콘 노조는 지난 6월 초부터 운송비 인상을 사용자 측에 요구했다”며 “16개 레미콘 제조사는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더니 지난 1일 레미콘 노동자 408명 전원을 계약 해지했다”고 말했다.

레미콘 노조는 현재 4만5000원인 1회 운송비를 5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 경기 악화로 지난해 9월부터 한 달 평균 운송물량이 60~70회로 줄었기 때문이다. 레미콘 노동자의 월 매출은 300만원 수준이며, 장비 감가 삼각비와 부품 교체비, 보험료, 유류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수입은 15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장 사무국장은 “이전에 한 달 평균 운송물량이 100회 일 때는 그나마 실수입이 250만원은 됐다”며 “건설 경기 악화로 물량이 줄어 운송단가를 높이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힘들다”고 말했다.

레미콘 제조사는 지난 1일 노조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후 집단휴업에 돌입했다. 8월 말까지 집단휴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 악화로 회사 경영이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며 “노조가 요구하는 운송비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4일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울산본부 결의대회에서 운행하던 레미콘차량 번호판을 들고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4일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울산본부 결의대회에서 운행하던 레미콘차량 번호판을 들고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사용자 측이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자 노조는 울산시가 중재에 나서기를 요구하고 있다. 장 사무국장은 “사용자 측이 노조와 대화를 하지 않기 위해 집단휴업을 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며 “8월 말까지 집단휴업을 예고한 상태여서 답답한 심정으로 울산시에 중재 요구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울산시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노사 양측 모두 사정이 있어 어느 편을 들어줄 수 없다”며 “중재할 수 있는 권한도 없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0일 오후 4시부터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 조합원 80명은 울산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다 이날 오후 9시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30명이 연행됐다.

울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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