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물체 내 손으로 만지듯 촉감도 인터넷 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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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인터넷에 없는 것은? 답은 촉감이다.아름다운 비너스 조각상을 3차원으로 보거나,천둥.번개의 빛과 소리를 인터넷으로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아직 손으로 만지는 감각만큼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비너스 조각상의 표면이 미끄러운지,코가 얼마나 오똑한지,어느 곳이 거칠거칠한지 전시된 곳에 직접 가서 만져보지 않고는 느낌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촉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촉감을 컴퓨터 정보로 만들고 이를 인터넷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MIT대.뉴욕 주립대.남캘리포니아대 등이 이런 실험에 잇따라 성공, 인터넷 촉감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시스템연구부 김래현 박사는 "손으로 만지는 감각, 즉 미끄러움.거칠거칠함.딱딱함.물렁함 등 다양한 느낌을 컴퓨터 정보로 만들어 전송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개발됐다"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비인 햅틱(Haptic)이 마우스처럼 널리 보급되는 게 열쇠"라고 말했다.

햅틱은 장갑.막대기.점자판 형태 등 다양하다.원리는 물건을 만질 때 손바닥 피부에 와닿는 힘을 이들 햅틱이 재현해주는 것이다.

과도로 사과를 자른다고 가정해 보자.칼을 사과에 대면 껍질 때문에 딱딱한 느낌이 전해지고 이어 칼이 껍질을 통과해 과육을 자르면 훨씬 힘이 덜들고,칼날 양쪽에 과육이 부딪히는 느낌이 든다.그 느낌은 힘의 강약 때문에 발생한다.

햅틱은 그 힘의 변화를 컴퓨터 정보로 만들고,이를 인터넷으로 전송한다.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이 햅틱을 잡고 있으면,칼로 사과를 자르는 장면을 화면으로 보며 느낌까지도 맛보게 된다.

한국과 미국에 각각 있는 사람이 악수를 한다고 해보자.

장갑 형태의 햅틱을 낀 두 사람이 악수를 하면 손을 오므릴 때 생기는 각 손가락의 힘과 손가락 관절별로 차이가 나는 오므림 정도가 상대편에 각각 전해진다.악수를 할 때 꽉 잡는지,헐렁하게 잡는 둥 마는 둥 하는지도 서로 느낄 수 있다.

남캘리포니아대의 연구 성과는 인터넷 촉감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대학은 박물관에 전시된 조각품의 질감이나 오똑한 콧날 등을 만지듯 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햅틱으로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조각상의 부위를 만지면 그 같은 느낌이 손에 전해지도록 한 것이다.박물관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만지고 싶어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도 있다.

현재 시판 중인 햅틱은 대당 수천만원으로 고가다.바늘 끝이 피부에 와닿는 면적에 1천분의 1초의 짧은 순간 가해지는 힘을 느끼게 할 정도로 정밀하다.보통 사람의 손이 힘의 느낌을 알 수 있는 순간의 한계는 5백분의 1초다.

인터넷 촉감 시대가 되면 사이버 쇼핑몰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게 된다.옷이나 도자기 등 각종 상품을 살 때 질감까지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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