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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 미국 번질라, 파월 ‘금리 방화벽’ 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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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REUTER]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REUTER]

미국 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30~3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태세다.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이후 10년7개월 만의 금리 인하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 2015년 12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튼 것이다.

미 성장률·고용은 문제 없지만 #트럼프 “0.5%P 빅 컷” 파월 압박 #Fed 10여 년 만에 금리인하 태세 #각국 통화정책 완화 신호탄 될 듯

경기 둔화에 직면한 세계 경제는 모두 중앙은행의 수도꼭지만을 바라보고 있다.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유동성의 단맛을 잊지 못해서다. 돈줄을 풀어야 하지만 눈치만 보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에 Fed의 금리 인하는 글로벌 통화 완화로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국 경제만 따지면 금리 인하는 어불성설이다.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2.1%(전분기 대비, 연율)을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실업률(3.7%)은 5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며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성장률을 2.3%에서 2.6%로 높여 잡았다. 그럼에도 미국이 금리 인하 카드를 뽑아 드는 것은 세계 경제의 둔화세 때문이다. IMF는 지난 23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0.1%포인트 낮추며 4회 연속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기 둔화의 여파가 미국으로 번지기 전에 예방적 차원의 금리 인하에 나서는 셈이다. ‘보험성 인하’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Fed의 마뜩잖은 금리 인하는 어떤 의미에서는 ‘트럼프발 인하’로 비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을 붙인 무역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연일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의 강공도 파월에게는 부담이다. FOMC 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현지시간)에도 “유럽연합(EU)과 중국은 금리를 더 내려 금융시스템에 돈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빅 컷(big cut·0.5%포인트 인하)’을 주장했다. 이에 더해 “Fed가 금리를 너무 일찍 많이 올렸고 양적긴축(QT)도 큰 실수였다”며 “소폭의 금리 인하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리를 낮추더라도 트럼프의 희망대로 Fed가 ‘빅컷’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시장의 관심은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쏠려있다. 파월의 입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Fed의 방향 전환은 도미노처럼 각국 중앙은행으로 번져갈 전망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25일 완화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9월에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진 것이다. 일본은행(BOJ)도 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0.1%)를 동결했지만 언제든 돈줄을 풀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둘기로 변신한 중앙은행의 행보에 우려 또한 커지는 게 사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Fed의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실탄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 버블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경쟁이 통화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요아킴 펠스 핌코 클로벌 경제 자문은 지난 2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로 (통화 가치 하락 등) 경제적 우위를 점하려는 싸움이 ‘통화 냉전’으로 번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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