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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협약 비준 강행…강력한 노조 뒷받침할 노동관계법 입법 예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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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과 ILO긴급행동 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ILO핵심협약 비준 촉구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조합원과 ILO긴급행동 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ILO핵심협약 비준 촉구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비준하지 않은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협약이다.

이에 맞춰 노동관계법 개정안도 내놨다. 지역과 산업을 아우르는 거대 노조 출범을 지원하고, 파업과 같은 쟁의권의 제한을 사실상 없애는 강력한 노조 지원책이 담겼다. 협약 비준과 국내법 정비를 동시에 추진하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ILO 협약 비준절차 추진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박화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비준하지 않은 협약 3개에 대한 관계 부처 협의와 노사단체의 의견 수렴을 완료했다"며 "22일 외교부에 미비준 3개 협약에 대한 비준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제87호, 제98호 협약과 강제노동금지 협약인 제29호다. 이른바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대체 복무제의 일종인 산업기능요원처럼 비용이 덜 드는 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9월 정기국회에 노동관계법 개정안 제출"

고용부는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노동관계법 개정안도 마련해 31일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등 3개다. 9월 9일까지 예고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업자와 해고자도 일반 기업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교섭권을 노조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단체교섭에도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기업별 노조의 임원이 될 수는 없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노조전임자에 급여 달라"며 파업해도 처벌 불가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은 삭제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던 조항도 삭제했다. 투쟁으로 노조 전임자 임금을 쟁취할 수 있게 길을 튼 셈이다.

고용부는 "현행 근로시간 면제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하기 때문에 과도한 급여지급 문제는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조 전임자가 일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 만큼은 일한 것으로 간주해 임금을 주는 제도다.

5급 이상 고위직, 퇴직 공무원도 노조원…전교조 합법화

5급 이상 고위 공무원, 퇴직 공무원과 교원, 소방공무원, 대학 교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된다. 현직 교사 신분이 아닌 자가 조합원으로 등재돼 법외 노조 처분을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법이 개정될 경우 합법 노조가 된다. 다만 5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지휘 감독이나 총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노조 가입이 제한된다.

복수노조 사업장은 사실상 모든 노조와 교섭하고, 노조를 차별하는 게 금지된다.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동의하는 경우라는 단서를 붙여서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정부인 교원노조에 대해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명시하기로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범 30주년인 6월 28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위한 천막 농성장을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범 30주년인 6월 28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위한 천막 농성장을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와 지자체, 산별노조 지원 노력 법에 명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산업별, 지역별 노조의 설립과 교섭을 촉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생긴다. 기업별 노조의 틀을 깨고, 기업노조를 한데 묶어 거대 노조의 출범을 지원하는 셈이다.

생산시설 점거 금지…사용자 대항권은 전무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현행 최장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사업장 내 주요 생산시설과 업무시설의 점거도 금지했다. 노조의 권한 확대에 따른 경영계 배려 차원에서 삽입한 조항이다. 경영계가 대항권 차원에서 요구한 대체근로 허용이나 사용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부당노동행위 폐지는 수용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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