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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

‘김수현 복지부 장관’이 달갑지 않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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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처럼 보건과 복지 업무를 한 부처에 둔 데는 약 7개국이다. 대부분은 따로 돼 있다. 이유는 둘이 너무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지원 같은 복지 업무를 하다 보건·의료 정책을 다루는 부서로 발령 나면 부처를 옮기는 것처럼 생소하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가 창궐한 이유는 보건 쪽 전문성이 떨어져서다. 당시 문형표 장관은 연금 전문가였다. 문 전 장관은 바이러스 대처 경험이 전무했고, 전문가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위임하지도 않았다.

8월 개각이 눈앞에 다가왔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복지부 장관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박능후 현 장관은 “연말에도 (기자들과)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 감으로는 그렇다”고 말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일축한다. 박 장관의 전공은 복지, 특히 빈곤이다. 복지 확대에 집중한 현 정부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복지부의 당면과제는 저출산·고령화도 있지만 대형병원 환자 쏠림 완화이다. 쏠림은 의료 왜곡을 초래하는 핵폭탄이다. 15년가량 방치됐고 ‘문재인 케어’가 기름을 부었다. 이대로 두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증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줄을 서야 할지 모른다. 유감스럽게도 박 장관은 이 문제를 가볍게 봤는지 대책을 소홀히 한 채 문 케어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건보 확대 조치가 차곡차곡 쌓여 건보 재정의 숨통을 조일 것이다.

2000년 이후 복지부 장관 16명 중 보건 전문가는 2명이다. 전문 식견을 어느 정도 갖춘 이를 포함해도 6명이다. 여기에는 의료급여 개혁을 했다가 퇴진 압박에 시달린 유시민 전 장관도 포함돼 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한국 의료의 만성 중증질환이다. 큰 병원, 작은 병원의 이해가 다르고, 진료과목별로 생각이 다르다. 의료계·한의계·약계, 수도권과 지방도 그렇다. 환자 부담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이번에는 복지 전문가가 아니라 지혜와 설득력을 갖춘 보건 전문가가 나설 때다. 김 전 실장은 복지와 빈곤, 주거가 주특기다. 보건 업무에 낯설다. 그래서 ‘김수현 보건복지부 장관’이 달갑지 않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