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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부국은 WTO 개도국 제외”…이번엔 한국 농업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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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미 이민자들을 과테말라가 수용하는 협정에 서명한 뒤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TO에서 중국과 한국 등의 ‘개발도상국 지위’ 변경을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미 이민자들을 과테말라가 수용하는 협정에 서명한 뒤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TO에서 중국과 한국 등의 ‘개발도상국 지위’ 변경을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AP=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트럼프 변수가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중국·한국 등 일부 국가를 지목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으로서 얻는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쌀 등 관세·보조금 특혜 제한 위기 #WSJ “대중 무역협상 겨냥 카드” #정부 “다자간 협상, 실현 힘들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특혜를 받기 위해 개도국이라고 자청하면서 WTO가 망가졌다”며 “90일 내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는 중국·홍콩·멕시코·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UAE)·브루나이·한국 등이다. 중국을 겨눈 조치지만 한국에도 불똥이 튀었다.

트럼프가 언급한 개도국 조건은 크게 네 가지다. 현재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절차를 밟는 국가,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2017년 기준 국민총소득, 세계 무역량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이다. 이 중 하나라도 속하면 개도국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한국은 위 4개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만약 한국이 WTO 개도국 지위에서 내려오면 그간 받은 관세 혜택, 일부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이 제한될 수 있다. 김경미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통상과장은 “농산물 관세 인하의 경우 개도국(한국)은 10년간 24%만 감축하면 되지만 선진국은 36%를 감축해야 한다”며 “농업보조금도 개도국은 13.3%, 선진국은 20%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관세 감축으로 인해 수입이 급증할 경우 추가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특별 세이프가드(SSG)’도 제한될 수 있다.

WTO가 다자간 협상인 만큼 구체적인 관세 감축이 당장 현실화하기는 힘들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율의 경우 2001~2008년 장기간 협의가 이뤄졌지만 결국 1995년 WTO 출범 이후 관세율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일방적 조치로 WTO 체계가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한국이 개도국 지위에서 내려온다 해도 바뀌는 관세율·농업보조금 등은 다자 협상을 추가로 해야 한다. 배찬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특정 국가에 무역상 불이익을 준다면 WTO 체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장기적 차원에서 무역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농림부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농업 부문만 개도국 혜택을 받고 있고, 쌀에 대해 매겨진 513% 관세율은 미국과 합의됐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유효한 상황이라 트럼프 발언을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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