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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北, 비핵화 구체적 행동하면 유엔 제재완화 가능"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 기념 포럼 '과거, 현재, 그리고 평화의 미래'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 기념 포럼 '과거, 현재, 그리고 평화의 미래'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26일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진전을 보여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 기념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그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다양한 형태의 남북 간 경제교류 협력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는 연설 후 취재진과 만나 북한이 할 수 있는 '비핵화의 구체적인 진전'에 대해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시설과 발사대를 선제적으로 폐기하고 영변 핵시설을 검증을 통해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지금까지 북측이 말과 약속을 했지만, 행동이 없다는 게 워싱턴의 주장"이라며 "북측이 말과 약속을 넘어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미국 측에서도 전향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특보는 최근 북한이 한국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8월에 '동맹 19-2'라는 한미 군사연습을 한다. 이건 훈련이 아니다. 군사력이 동원되는 건 아니고 도상연습을 하는 건데 북한이 그걸 상당히 문제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한미 간 군사연습을 하든 훈련을 하든 그 자체가 북한을 치기 위한 사전적 조치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며 "아마 동맹연습 때문에 북한에서 저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 "한국이 계속 미국에서 스텔스 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를 들여오는 것을 판문점 선언 등에서 약속한 '상호 간 적대행위 중단'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북측은 우리와 접촉하지 않고 있고 개성에 연락사무소가 있지만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며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전달하려던 식량을 거부하는 등 우리 정부가 하는 일련의 행동에 적대적으로 나오면서 남북관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특보는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8월 동맹 연습이 끝나고 나면 (북미 실무협상이) 다시 가동될 거라 보고, 거기서 한국 정부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2018년에 가졌던 희망의 빛이 사그라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두(북미) 정상이 톱다운으로 '실무회담을 하자'고 했으니 안 할 이유가 없는 데다 북의 입장도 기본적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며 "한미 군사연습이라고 하는 문제가 해결되면 북미 실무접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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